‘남이 하니까 나도한다’식의 접근은 지양해야

팔어비스는 최근 검은사막 모바일의 10번째 클래스인 격투가를 출시하며 유정석 원곡의 ‘질풍가도’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 이미지=펄어비스
팔어비스는 최근 검은사막 모바일의 10번째 클래스인 격투가를 출시하며 유정석 원곡의 ‘질풍가도’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 이미지=펄어비스

게임업계가 최근 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있다. 과거 단순히 게임 음원을 출시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엔 걸그룹을 직접 기획하는 등 본격적으로 엔터 사업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펄어비스는 지난 1월 검은사막 모바일의 10번째 클래스인 격투가를 출시하며 유정석 원곡의 ‘질풍가도’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가수 이혁, 크리에이터 버블디아와 라온,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가 콜라보로 참여해 4인 4색의 음원을 발표했다. 

특히 하현우가 부른 ‘질풍가도’를 공개하자 원곡 ‘질풍가도’가 역주행하며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실시간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트위터에서는 음원 공개 당일인 지난달 24일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고 리트윗 개수는 2000개를 넘어서며 화제를 모았다. 4인의 목소리가 담긴 TV CF 영상은 최근 유튜브 조회수 200만회를 넘긴 상황이다. 

심현준 펄어비스 마케팅 팀장은 “검은사막 모바일과 콜라보한 질풍가도 음원이 큰 사랑을 받으며 복귀 이용자도 248%로 상승했다”며 “앞으로도 게임성을 효과적으로 나타냄과 동시에 비게이머 분들도 다함께 즐길 수 있는 검은사막 모바일 만의 광고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게임사들은 게임 OST(Original Soundtrack)를 종종 출시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 단순 음원 공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유명 가수들과의 콜라보는 물론 게임사 스스로 걸그룹 기획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액토즈소프트는 지난해 11월 e스포츠 걸그룹 게임단 ‘아쿠아(AQUA)’를 선보였다. 아쿠아는 액토즈소프트가 운영하는 프로게임단 액토즈 스타즈 산하 6인조 걸그룹 게임단이다. ‘케이팝스타6’ 준우승자인 김혜림을 비롯해 ‘프로듀스48’의 윤해솔, ‘믹스나인’의 백현주와 김시현, ‘프로듀스 101’ 출신 유수아, ‘라임소다’의 나승지 등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화제를 모았던 멤버들로 구성돼 있다.

아쿠아는 현재 e스포츠 산업과 관련된 홍보 활동과 가수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첫 음원을 발매하기도 했다. 액토즈소프트는 아쿠아 창단 배경에 대해 게임·e스포츠 관련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갈수록 많아지는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액토즈가 선보인 걸그룹 아쿠아. / 사진=액토즈
액토즈가 선보인 걸그룹 아쿠아. / 사진=액토즈

구오하이빈 액토즈소프트 대표는 “프로게이머나 스트리머들은 이미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이들을 활용한 사업은 종합 연예 엔터테인먼트 범주에 속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본다”며 “아쿠아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연계하는 새로운 사업 방향의 하나”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리그오브레전드(LOL)’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즈도 가상 걸그룹  ‘K/DA’를 결성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K/DA는 게임 속 캐릭터인 아리, 아칼리, 카이사, 이블린을 아이돌로 형상화한 것이다. K/DA의 신곡 ‘POP/STARS’는 공개 직후 전 세계 유저들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7일 기준 현재 유튜브 조회수 1억6000만회를 넘어선 상황이다. 

실제 녹음에는 국내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미연과 소연, 미국 싱어송라이터 매디슨 비어, 자이라 번스 등이 참여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중음악 순위 차트인 ‘빌보드’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리그오브레전드가 가상의 케이팝 걸그룹인 K/DA를 공개하고 e스포츠 음악의 미래를 알렸다”고 평가했다. 

최근엔 국내 게임사 네오위즈가 모바일게임 ‘브라운더스트’에서 가상의 걸그룹 B.I.Gz(비아이지즈) 멤버와 데뷔곡 ‘겟 다운’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기도 했다. 

게임사들의 엔터 시장 진출은 향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미지와 글자 중심의 플랫폼보다는 영상에 익숙한 Z세대(1990년 중반에서 2000년 중반에 태어난 세대)가 최근 게임사들의 주 고객층으로 급부상하면서 이러한 트렌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과 엔터 모두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 뿌리는 같다”며 “향후 다양한 콜라보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과거 게임업계에 불었던 ‘스타마케팅’ 열풍처럼 단순히 ‘남이 하니까 나도한다’식의 접근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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