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추가 재정 2조원, 국민도 반대”···의료계 “좋은 진료 위해 불가피, 외국은 우리의 2배”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의료계가 제안한 진찰료 30% 인상 안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거부해 향후 의료계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는 추가 재정이 2조원가량 필요해 진찰료 인상은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이 반대한다는 여론 추이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국민들이 좋은 진료를 받기 위해 진찰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외국의 경우 우리의 2배가 넘는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7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가 요구한 진찰료 30% 인상에 대해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달 1일 협회에 공문으로 전달했다. 이같은 공문 발송은 의협이 지난 1월 초 수가 적정화 이행 방안으로 진찰료 30% 인상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의협은 1월 말까지 공식 답변을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공식 요구에 앞서 의협은 지난해 가을부터 지속적으로 진찰료 인상을 복지부에 요청해왔다. 

복지부는 이번에 의협에 전달한 공문을 통해 진찰료 30%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부터 의료계 요구가 제기됨에 따라 진찰료를 30% 인상하는 경우를 예상해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했다. 이같은 복지부의 시뮬레이션 결과, 2조원의 추가 재정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추계됐다. 지난 2017년 의원급 요양급여비용 총계가 14조원이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진찰료 30%를 인상할 경우 1/7 가량 재정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처럼 추가 재정이 약 2조원으로 추계되는 상황에서 진찰료가 30% 인상돼도 환자들에 대한 의료서비스가 변화될 지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이중규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진찰료 인상에 대해 의사들이 요구는 할 수 있어도 국민들은 절대 (요구를) 안 한다”고 못 박고 “의사들이 요구하는 상황은 이해를 하긴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과장은 “의협 등 의료계에 만성질환관리제 등 일차의료를 강화하는 사업을 하자고 했다”며 “진찰료 30% 인상에 2조원을 추가로 필요로 하는 것은 의협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의료계는 현재 한국의 건강보험 시스템이 비정상적이며, 특히 외국이 현 우리 진찰료의 2배가 넘는 현실을 지적한다. 즉 진찰료 인상이 비정상적 시스템을 일부라도 정상으로 개선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한 의료계 인사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진찰을 받는 것, 즉 좋은 진료를 받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진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인상 여부는 최종적으로 국민들이 선택할 문제이긴 하다”고 주장했다. 단, 외국 수준으로 진찰료를 인상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단계적이고 합리적 선에서 인상하는 수순이 필요하다고 의료계는 강조한다. 이같은 점을 감안한 것이 30% 인상이라는 얘기다.

의료계는 진찰료 30% 인상 주장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일단 오는 9일 오후 4시 전국 시도의사회장 등이 참석하는 긴급확대연석회의를 열어 대정부 투쟁방안을 논의하는 등 단계적으로 투쟁 강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궁극적으로 전 국민들이 현 의료시스템의 현실적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홍보와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박종혁 의협 홍보이사는 “현 의협 집행부는 이전 집행부에 비해 정부와 신뢰를 쌓는데 노력해왔다”면서도 “(현 상황이) 말로 끝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의 향후 파업 추진 여부에 대해 박 이사는 “(파업을 포함한) 노력을 해볼 것은 다 해봐야 한다”며 추진을 시사하고 “국민 건강에 누가 정답을 갖고 있느냐를 놓고 정부와 경쟁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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