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표 대결 이기면 의결권만으로 적극 주주권행사 효과···오너일가 승리하면 경영권 안정화 도모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국민연금공단 본사. / 사진=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조현경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국민연금공단 본사. / 사진=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조현경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론 냄에 따라 온 시선은 오는 3월 예정된 주주총회로 쏠리고 있다. 재계에선 이번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이야말로 국민연금과 조양호 회장 일가의 진짜 승부처이고, 둘 중 패배하는 쪽은 상당한 여파를 감당해야 할 것으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표 대결은 조양호 회장의 재선임 여부를 두고 펼쳐진다. 대한항공 정관에 따르면 조 회장이 이사로 재선임 되기 위해선 주총에 참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구해야 한다. 지분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과 한진칼이 33.35%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분은 11.56%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국민연금이 조양호 회장 연임을 막기 위해선 모두 22%의 지분을 확보하면 된다.

현재 지분구조를 보면 어느 쪽의 승리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미 치열한 물밑 전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 사정에 정통한 한 재계 인사는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움직임은 이미 시작한 것 같다”고 전했다.

국민연금과 조 회장 일가의 표 대결은 지게 될 경우, 양측이 각각 감당해야 할 부분이 크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우선 국민연금으로선 이번 표 대결에서 이기게 되면 무리하게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고도 경영 개선과 관련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또 순수 의결권만으로 기업 경영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기업들에게도 긴장감을 갖게 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반면, 표 대결에서 밀리게 되면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경영 개입과 관련한 논란은 사실상 용두사미로 끝나게 된다. 한 대기업 인사는 “앞으로 한국 재계에서 이번 대한항공 만큼, 국민연금이 우호지분을 끌어 모을만한 케이스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여기서도 오너일가에게 밀리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인상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조양호 회장에게도 이번 주총은 밀려선 안 되는 싸움이다. 이번 표 대결에서 밀리게 되면 조 회장은 물론, 조원태 사장을 비롯한 나머지 오너일가의 입지도 영향을 받게 된다. 반면, 이기게 되면 흔들리던 경영권을 다시 다잡고 반등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우호지분을 끌어 모으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한편, 대한항공과 더불어 한진칼의 주총도 주목된다. 국민연금에 KCGI(강성부펀드)까지 혼재돼 있어 주총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대해 정관변경을 추진키로 했다. 이 역시 특별결의 사안이라 주총에서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국민연금(7.34%)과 KCGI(10.71%)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이에 많이 못 미친다. 이 때문에 크레딧스위스 등 다른 주주들의 표를 얼마나 끌어 모으느냐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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