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도 하락세 여전···강남권 대규모 입주물량 여파
다주택자·갭투자자 내놓은 급매물 노려야
분양 물량 늘어난 만큼 내 집 마련 기회도 확대
올해 서울 아파트값이 조정장에 접어들면서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올해 좋은 입지에서 분양되는 물량이 많은 만큼 무주택자들의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청약 가점이 낮아 분양 당첨 확률이 낮은 경우라면 기존 아파트 시장의 가격 추이를 살펴 적절한 물건을 찾는 방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새해도 하락세 여전…강남권 대규모 입주물량 여파
7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새해 들어서도 서울 아파트 가격의 하락폭은 조금씩 확대되는 모양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부터 떨어져 지난달 0.24%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 하락의 진원지는 입주물량이 많은 강남권이다. 올해 서울시 총 입주물량 4만3106가구 중 1만6094가구(37.3%)가 강남권에서 공급될 예정이다.
특히 지난달 아파트 매매가격 낙폭은 송파구가 0.99%로 가장 컸다. 지난해 말부터 입주한 헬리오시티(9510가구)의 여파가 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래미안블레스티지(1957가구)를 포함해 올해 3277가구가 입주가 예고된 강남구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0.51% 하락했다.
강동구 역시 0.31% 떨어졌다. 이 지역에는 고덕지구를 포함해 1만1051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 업계는 올 하반기 고덕그라시움(4932)의 입주가 본격화 되면 하락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락세는 강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해 6343가구의 입주물량이 대기 중인 성북구는 낙폭이 가장 컸다. 지난달 아파트값은 래미안길음센터피스(2352가구)와 롯데캐슬골든힐스(399가구)의 입주여파로 0.34% 떨어졌다. 실제로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인근 미아동부센트레빌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0월 계약(7억4000만원)을 끝으로 거래가 전무한 상황이다. 거래가 끊기며 매매가격은 6억5500만원까지 하락했다.
새 아파트 전세물량 여파로 상당수의 실수요자들이 전세로 돌아서면서 시장에서는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인근 아파트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올해 서울 아파트 시장은 입주물량 집중 지역과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고강도 규제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요자들의 매수심리가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주택자·갭투자자 통한 급매물 노려야”…대규모 분양 물량계획도 꼼꼼히
전문가들은 시장의 흐름을 꾸준히 지켜보고 매수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단 앞으로 정부의 규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의 급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공시가격이 현실화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이 85%로 올라가면 보유세가 크게 인상돼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은 늘게 된다. 세부담을 피해 집을 처분하기 위한 매도자들이 몰리면서 급매물이 많이 나올 전망이다.
반면 세부담에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 앉으려는 무주택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만큼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전세로 거주하다가 급매물 등을 통해 매수시기를 엿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올해 대규모 입주단지 주변의 아파트 단지나 갭투자가 활발했던 지역을 눈 여겨 보는 것도 내 집 마련을 앞당기는 방법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집을 처분하고 ‘똘똘한 한 채’만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면서 갭투자가 활발했던 노원, 성북 등의 지역에서 매물이 다수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까지 풀리는 분양 물량도 무주택자들의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올 상반기(6월)까지 서울에서 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일반분양 될 물량은 615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1458가구) 대비 4.2배 많은 수준이다.
권 팀장은 “지난달 대림산업이 동대문에서 높은 청약률을 기록하며 서울 분양시장은 시작이 좋았다”면서 “설 이후로도 비교적 좋은 입지를 갖춘 재개발 분양단지들이 많은 만큼 분양가 수준을 잘 고려해 자금조달 계획을 잘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