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완충하고 2박3일 간 주행···충전 고민 無
도내 충전기 보급률 대비 개별 충전기 관리 미흡은 아쉬워

지난 4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인근 렌트카 업체 주차장에 2박3일간 주행을 마친 코나 일렉트릭이 주차돼 있다. /사진=윤시지 기자

“2박3일 타실 계획이라면 충전 없이 넉넉하게 이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3박4일 빌리시는 분들도 여행 내내 충전 안 하고 타시거든요.”

지난 2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해 만난 현지 렌트카 업체 담당직원은 이틀간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을 빌린다는 기자의 말에 이 같이 설명했다. 바로 믿기는 어려운 말이었다. 전기차 여행에 생소한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을 위해 전기차를 하루 이상 빌린 경험은 없지만, 코나 일렉트릭이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 406km를 자랑한다고 해도 히터나 열선시트를 켜고 달리면 총 주행가능 거리가 짧아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예상보다 쌀쌀한 제주도 날씨에 저온에서 총 주행가능거리가 짧아지는다는 점도 걱정을 더했다.

여행 당일 충동적으로 전기차를 빌렸다는 불안감도 한 몫 했다. 일행을 대동한 까닭에 자칫 전기차 충전소를 찾지 못해 헤매다가 '충전소는 어디 있냐'는 핀잔을 들을까봐 잠시 머리도 지끈거렸다. 2박3일 간 서쪽 협재 해수욕장부터 서귀포 휴양림, 한라국립공원을 오르내리는 와인딩 코스에 동쪽 성산일출봉을 향하는 장거리 주행을 앞둔 상태였는데, 여행 계획 대로 움직여야 하는 소심한 성격상 모처럼의 여행길에 변수가 생길까 걱정이 앞선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이런 걱정은 기우로 그쳤다. 완전 충전된 코나 일렉트릭을 타고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여행 동안 충전 없이 190km가량 거리를 달렸다. 주행이 끝난 뒤 남은 배터리 용량은 55%, 남은 주행 가능거리는 220km를 웃돌았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제주도 해안도로를 반 바퀴 이상 더 돌 수 있는 거리다. 전기차 충전 요금으로 업체에 선불로 지불한 1만원이 다소 아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보폭 넓힌 장거리 전기차···렌트카부터 EV 택시까지

제주도는 '탄소없는 섬' 구현을 위해 전기차 보급에 가장 공 들이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정부가 대기환경 문제 해결책을 친환경차로 지목하면서 보조금으로 마중물을 붓는 가운데 제주도는 지자체 차원에서 전기차 보급에 폭 넓은 지원을 단행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는 약 7000대의 전기차가 보급, 도내 전기차 등록대수가 1만6352대를 기록하면서 지자체별 전기차 보급 실적 1위 지역으로 나타났다. 

여행 첫날 렌트카 사무소를 떠나 협재 해수욕장 인근 호텔까지 이르는 약 30km 거리를 주행하면서 단순 수치상으로 접하던 전기차 보급률을 체감했다. 내연기관 차들과 나란히 달리는 하늘색 번호판 차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을 뿐더러, 코나 일렉트릭과 같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들이 'EV 택시' 등을 달고 달리는 장면도 심심찮게 목격했다. 도로 위는 물론 공영 주차장 전기차 충전 시설에서 전기차 택시가 충전기를 꽂고 있는 풍경도 생경했다.

지난 2일 제주도 국도 위에서 'EV 택시'가 주행 중이다. / 사진=윤시지 기자
지난 2일 제주도 국도 위에서 니로 EV 모델 'EV 택시'가 달리고 있다. / 사진=윤시지 기자

 

설 연휴 동안 해수욕장을 비롯한 관광지로 향하는 길은 예상보다 한산했다. 뻥 뚫린 도로에선 스포츠 모드로 전환해 가속 페달을 한껏 밟았다. 차가 들어선 도심 지역에선 연비를 높이는 회생 제동 기능이 운전 편의 기능으로도 유용했다. 코나 일렉트릭은 스티어링휠 좌우에 장착된 패들시프트를 조작해 회생 제동 감도를 0~3단계까지 조정할 수 있다. 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회수하는 원리다. 회생 제동 감도를 늘려 감속감을 높이면 내리막길에서도 감속 페달 없이 완만히 내려가는 것이 가능했다.

여행 둘째날 호텔을 떠나 9.7km를 달려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을 도착했다. 예상외로 주행 가능거리가 많이 남아 계획에 없던 인근 한라산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약 28km 거리를 주행했다. 구불구불한 와인딩 코스가 포함된 경로였으나, 코나 일렉트릭은 안개가 자욱한 산길도 힘차게 올랐다. 성산일출봉 인근 호텔까지 66km 거리를 달린 뒤에도 주행 가능거리가 270km가량 남아 인근 해안도로에서 드라이브에 나섰다. 전기차 특성상 엔진소음이 부재한 점도 해안도로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요소였다. 

여행 중 전기차 충전소를 무조건 지나쳤던 것은 아니다. 다만 찾아간 두 곳의 전기차 충전소 모두 관리가 미흡한 상태여서 아쉬움이 있었다. 성산일출봉 인근 호텔에 돌아와 차량을 충전하려고 보니 충전기 2기에선 코나 일렉트릭에 사용되는 DC콤보 충전기가 없었다. 아울러 호텔 주차장에 갖춰진 충전기는 AC 단상, DC차데모 모델을 지원하지만, AC단상 모델 충전기 코드는 설치되지 않아 사실상 DC차데모 모델 충전기 하나만 사용이 가능했다. 눈이나 비를 막을 수 있는 가림막도 설치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돼 있었다. 

앞서 여행 첫날인 2일 찾아갔던 협재해수욕장 인근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 시설 역시 관리가 다소 미흡했다. 해당 전기차 충전소의 충전기는 2기였으나, 1기는 1월 중순까지 이용이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2월이 지난 당시까지 붙어 있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타고 온 한 차주는 충전하러 충전소를 찾아왔다가 차에서 내려 뒤늦게 안내문을 확인한 뒤 한숨 짓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완전 충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코나 일렉트릭을 탔거나, 주행 거리가 200km 안팎에 그쳤던 이전 모델을 대여했다면 여행 동선에 다소 변수가 겹쳤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당초 걱정과 달리 여행 내내 전기차 충전에 대한 걱정을 잊고 달릴 수 있던 점은 여행에서 큰 강점이었다. 전기차 충전소를 찾지 못해 헤매다가 일행을 불안감에 떨게 만드는 일도 없었다. 쌀쌀한 날씨에 히터와 열선 시트를 켜고 달려도 주행가능거리가 넉넉하게 남는 점은 여행길에 불확실성을 덜고 여유를 더했다.

장거리 주행 성능을 갖춘 신형 전기차는 단기간 여행에선 더 이상 충전소를 찾아 헤매는 모험을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출시된 코나 일렉트릭, 기아차의 니로EV는 1최 충전시 주행가능 거리 405.6km, 383.2km를 기록한다. 한국GM의 볼트EV 역시 1회 완전 충전으로 383km를 갈 수 있으며, 이달 출시를 앞둔 3세대 쏘울 역시 주행거리가 386km로 대폭 늘었다. 이전 세대 모델인 르노삼성의 SM3 Z.E,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은 주행거리가 200km 안팎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충전소 위치에 구애받지 않는 주행 성능을 갖춘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충전 없이 이용할 경우 동급 내연기관차에 비해 연료비를 아낄 수 있는 까닭이다. 단일 차량 렌트비용은 동급 내연기관 모델에 비해 높게 책정됐지만 향후 보급화가 빠르게 진행될 경우 연료비를 아끼는 렌트카로서 강점이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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