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피해자 진술, 함부로 배척해선 안 돼”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수행비서를 상습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홍동기 부장판사)는 1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혐의를 받는 안 전 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곧바로 안 전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저지른 10차례 범행 가운데 도지사 집무실에서 이뤄진 한 번의 강제추행을 제외하고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 결과가 뒤집힌 배경에는 김지은씨의 구체적인 진술이 있었다.

재판부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감정을 진술한 만큼 신빙성이 있다”면서 “사소한 부분에서 다소 일관성이 없거나 최초 진술이 다소 불명확하게 바뀌었다 해도 진정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가 비서 신분인 김씨에게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라며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인정했다. 또 ‘업무상 위력’에 대해서도 반드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유형적’일 필요는 없다고 봤다.

대한법학교수회 백원기 회장(국립인천대 교수)은 “성범죄의 경우 목격자가 없고 직접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면서 “진술 증거라도 피해자의 주장이 일관되고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이 인정된다면 증명력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판결은 성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해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을 기반으로한 증거가치를 인정함으로써 무죄를 선고한 제1심 판결을 뒤집은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 29일부터 2018년 2월 25일까지 자신의 수행비서이자 정무비서인 김씨를 4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5차례 기습추행하고 1차례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1심은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한 뒤 간음 및 추행행위를 저질렀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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