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거래 추진에···대우조선해양 추가 부실 의혹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추후 삼성중공업에 인수 의사를 타진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현대중공업과 단독 협의로 진행된 딜이기 때문이다. 공개매각이 불가능한 이유로 꼽은 복잡한 매각 구조에 역시 현대중공업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추후 삼성중공업에 인수 의사를 타진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현대중공업과 단독 협의로 진행된 딜이기 때문이다. 공개매각이 불가능한 이유로 꼽은 복잡한 매각 구조에 역시 현대중공업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추후 삼성중공업에 인수 의사를 타진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현대중공업과 단독 협의로 진행된 딜이기 때문이다. 공개매각이 불가능한 이유로 꼽은 복잡한 매각 구조에 역시 현대중공업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 1월 보유지분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기로 하고 양측은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조건부 양해각서기 때문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사실상 매각 절차 윤곽을 드러낸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산업은행이 그동안 강조했던 형평성과 어긋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대출해 준 자금의 출자전환과 감자 등을 거치면서 5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현재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기업대출과 정책금융 등의 업무를 맡고 공공기관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렇게 취득하게 된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보유한 지분 매각을 진행할 때는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절차에 신경을 썼다. 바로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해 충분한 자본력과 특별한 이해상충이 없는 곳이라면 누구나 인수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마련하는 식이다. 

이같은 절차적 정당성 때문에 딜 자체를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2년 한국항공우주 지분을 매각할 당시 2곳 이상의 입찰이 들어오는 경쟁 구도가 성립되지 않아 유찰된 바 있다. 당시에는 강력한 인수 의지를 보유한 대한항공만 입찰하면서 매각이 성사되지 못했다. 산업은행 보유 한국항공우주 지분은 이후 수출입은행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넘어 갔고 수출입은행은 여전히 한국항공우주의 최대주주다.

◇딜 시작부터 현대중공업과 거래구조 논의···형평성 논란

산업은행이 무조건 경쟁입찰만을 고집한 것은 아니다. 두차례 입찰을 진행한 뒤에도 경쟁입찰 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면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포함하는 식으로 형평성을 유지했다. 그러나 매각 시작부터 딜구조까지 협의해서 마련하는 형식은 이례적이다. 향후 삼성중공업에 인수 의사를 확인하고 제안서가 들어올 경우 양측의 제안을 검토한다지만, 형평성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매각은 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 전량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50% 이상의 지분은 통상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평가되는 수준이다.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넘기면서 딜 시작과 함께 특정 기업을 거래 파트너로 선정하고 시작했다는 점은 산업은행이 지금까지 지켜왔던 절차적 정당성과 비교할 때 이례적인 행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8년 진행된 대우건설 매각에서는 호반건설만 본입찰에 단독 참여하자 전체 지분이 아닌 일부 지분 매각으로 방향을 바꾸는 식으로 진행 했다. 

현대중공업을 콕 찍어서 이번 딜을 진행하게 된 이유에 대한 산업은행의 공식적인 답변도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31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딜구조상 경쟁입찰이 불가능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매각구조가 복잡해서 공개입찰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이 회장은 "산업재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과) 일단 방향을 같이 정했 딜구조를 짜왔다"며 "현대중공업과 먼저 딜을 추진한다고 해서 특혜를 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흑자전환한 회사인데···대우조선해양 부실 더 있나 의혹도

반면 시장에서는 딜 구조가 현대중공업만 가능할 만큼 복잡한 구조는 아니라는 평가다. 산업은행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대우조선해양 매각 구조는 현대중공업이 중간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분할된 중간지주사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이다. 중간 지주사가 끼어들어 복잡하게 보이지만, 단순화하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넘기고 현대중공업은 자사 주식을 산업은행에 제공하는 거래다. 

이후 현대중공업 측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식으로 대우조선해양에 1조5000억원 가량을 투자하게 된다. 이어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경우 1조원 가량을 더 지원하는 식이다. 이 같은 거래 구조는 재무상태가 망가진 회사에 자금을 투입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 때문 과거 법정관리 기업들의 회생절차에서 자주 봤던 구조다. 따라서 딜 구조 때문에 경쟁 입찰이 불가능했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다. 

인수합병 업계에서는 오히려 현대중공업에게 유리한 딜 구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수 과정에서는 현금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삼성중공업은 물론, 대우중공업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업체라면 누구라도 시도해볼만한 구조기 때문이다. 물론 조선업종이 장기간 침체에 빠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전례를 비춰볼 때 공개 매각으로 시작한 뒤 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편이 쓸 데 없는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산업은행의 이례적인 행보 때문에 이번 매각 과정에서 특혜 논란과 함께 대우조선해양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망가진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지난 2016년말 5500%를 넘겼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222%까지 떨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수익성 면에서도 개선이 진행됐다는 평가다. 지난 2017년 7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했다. 지난해에는 1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인수합병 업계 관계자는 "조선 업황이 장기간 부진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제 1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를 지분 교환 방식으로 딜구조까지 맞춰가면서 매각하는 방식은 흔한 사례는 아니다"라며 "특혜가 아니라면 대우조선해양에 알려지지 않은 부실이 더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