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연관관계에 따라 강제로 못 맡는 경우와 스스로 맡지 않을 수 없는 경우로 나뉘어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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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중요 재판과 관련한 결과가 나오면 판사의 과거행적 등을 들춰내는 것이 마치 통과의례처럼 일상화 되는 모습입니다. 참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법원이 그만큼 신뢰를 잃었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지 않는 세태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이런 현상과 관련해 판사가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재판을 직접 맡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우리 법에선 이런 경우를 대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뒀습니다. 크게 제척과, 기피, 그리고 회피가 있는데요. 각각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제척은 아예 법관의 의지나 판단과 상관없이, 특정한 상황을 정해놓고 그 경우에 해당된다면 애초에 재판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판사자체가 직접 피해자인 경우나 피고인이 친척일 때 등 몇 가지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럴 경우는 아예 판사가 재판을 못 맡도록 법에서 정해놨습니다.

또 이와 비슷한 듯 하지만 차이가 있는 ‘회피’가 있습니다. 회피는 법관 스스로가 자신이 해당 재판을 공정하게 맡지 못할 것 같을 때 판결을 맡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피고인이 자신이 잘 알던 고등학교 동창이거나 친구, 혹은 짝사랑 하던 사람이거나 그런 경우가 없으란 법 없겠죠? 그럴 때 판사가 스스로 ‘이 재판을 안 맡겠소’할 수 있는데 그것이 회피입니다.

기피는 이와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재판을 받는 사람이 자신의 사건을 맡은 판사를 보니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다른 판사에게 재판을 받도록 해주라고 신청하는 것이 회피입니다. 그런데 법조계에 따르면 현실 속 법세계에선 이런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네요.

이 중에서 가장 논란이 있을만한 장치는 역시 회피입니다. 판결의 공정성과 관련해 순수히 법관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숙하고 선진화된 사회일수록 강제 법 규정보다 결정권자의 재량 및 양심적 판단에 맡기는 제도가 많다고 합니다. 제대로만 돌아간다면 그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고 이상적이기 때문이지요. 허나 그렇지 못한 사회에선 저런 방식은 되레 악용될 소지가 많죠. 우리 한국사회의 현주소는 둘 중 어떤 경우에 해당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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