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장관, 미국 워싱턴서 이틀 간 고위급 무역협상 진행
핵심 의제는 中 지식재산권 침해·美 기업 기술 강제 이전 강요
美 협상팀 내에서도 이견···中 “미중 무역협상 돌파구 마련 기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오른쪽)와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를 각각 대표로 하는 미중 고위급 협상단이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아이젠하워 빌딩에서 양국간 무역전쟁 타결을 위한 담판을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AP)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오른쪽)와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를 각각 대표로 하는 미중 고위급 협상단이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아이젠하워 빌딩에서 양국간 무역전쟁 타결을 위한 담판을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AP)

미국과 중국이 미국 워싱턴DC에서 30~31일(현지시간) 이틀 간 고위급 무역협상을 진행한다. 양국은 협상 첫날부터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 이전 강제 등 중국의 구조적 문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번 협상은 양국 무역전쟁 시한까지 약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열린 것으로 향후 무역관계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각각 이끄는 대표단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 위치한 회담장에서 만나 첫날 일정을 시작했다. 미중 고위급회담은 지난해 6월 초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 8개월 만이다.

미국은 현재 역대 최장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셧다운 일시 해제 조치를 취한 상태인데, 추가 악화를 막기 위해 이번 협상에서 더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또 류 부총리는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협상의 핵심 의제는 중국의 구조적 문제에 관한 것이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 강제이전 강요, 이를 금지할 이행강제 장치 마련 등이다. 이 밖에도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를 초래하는 양국의 무역 불균형, 중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위안화 약세 문제와 환율조작 논란도 의제로 포함됐다.

현재 미국은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도 11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물리는 맞불 작전을 펴고 있다.

미국은 오는 3월1일까지 중국과의 협상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물리는 관세 세율을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고위급협상의 귀추가 주목된다.

◇ “양국 당분간 기싸움 이어갈 듯···무역협상 시한 전 타협 가능성”

협상 결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미국이 원하는 대답은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중국은 지난 7~8일 차관급 회의서 풀지 못한 구조적 문제와 관련해 언제까지 어떤 개혁을 실현할지를 요약한 ‘시간표’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어떤 사안을 시간표에 담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또 미국의 핵심 요구인 기술 강제 이전과 지식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는 빼놓았을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 통신은 31일 미중이 협상에서 일부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무역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 양국이 아직도 핵심쟁점에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협상단 내에서도 의견 통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협상 타결을 바라고 있다. 반면 강경파인 라이트하이저 미국 USTR 대표는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3월1일까지의 무역협상 마감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 양국 간의 추가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애플의 매출이 둔화되는 등 중국 수요 둔화로 인해 미국 기업 매출도 덩달아 줄었다. 미국 내에서도 무역전쟁을 조기 종료하려는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경기가 현격하게 둔화되고 있어 미국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 내부에선 미중 무역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은 3월1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관세를 일제히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 글로벌타임스는 31일 관변학자인 웨이젠궈(魏建國) 중국 전 상무부 부부장의 발언을 인용해 “류허 부총리와 10개 이상 정부기관 고위 관리로 구성된 대표단을 파견한 것은 중국 측이 이번 회담에 성의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용의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웨이젠궈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류 부총리를 접견하기로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반영해준다”고 덧붙였다.

반면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예단하긴 어렵지만 이번 미중 고위급회담에선 진전된 조치가 나오기 힘들 것 같다”며 “미중 양국은 당분간 기싸움을 펴면서 중국 명절인 춘절 이후 2월 중순 쯤 협상을 재개해 타협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평론가는 “양국 모두 판을 깨려고 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선 서로 협상 지렛대를 유리하기 위한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며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양국은 무역협상 마감 시한인 3월1일 전 타협해 무역 전쟁을 종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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