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에 ‘인내심’ 재등장···상반기 금리 동결 지속 전망
연준 방향 전환에 미국경제 신중론도 주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연준의 긴축 행보가 사실상 종료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동결 결정은 시장에서 이미 예상하던 일이지만 성명서 문구 변화와 보유 자산 축소 계획 변화 등에서 연준이 예상보다 강하게 스탠스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연준의 긴축 행보가 사실상 종료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동결 결정은 시장에서 이미 예상하던 일이지만 성명서 문구 변화와 보유 자산 축소 계획 변화 등에서 연준이 예상보다 강하게 스탠스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금융시장에 안정감을 부여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연준의 행보가 파격적인 만큼 미국 경제 변화를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진행하고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현행 2.25~2.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FOMC 성명서에서는 기존 성명서에서 명시했던 점진적 금리 인상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이와 함께 보유 자산 축소와 관련한 별도의 성명서를 내놓고 보유 자산 축소 계획을 변경할 용의가 있다는 점도 밝혔다.

이번 FOMC에서 연준의 결정은 금리 동결 이상의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금리 결정만 놓고 보면 시장 전망에 부합하는 결과다. 그러나 성명서 문구 변화와 보유자산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점은 시장 예상을 뛰어 넘는다. 미국 연준은 지난해 마지막 FOMC 회의에서는 보유 자산 축소 계획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연준의 행보가 시장 예상보다 파격적이라는 신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회의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근거(case)가 약해졌다며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경제 지표의 명백한 변화가 없다면 사실상 향후 기준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발언이다. 여기에 성명서에는 인내심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2015년부터 진행된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가 사실상 종료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성명서에서는 추가적인 점진적 금리인상이라는 표현이 삭제되고 인내심(patient)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과거 인내심이란 문구가 등장했던 2004년과 2014년 사례를 보면 최소 두 번의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없었고, 이번에도 최소 2회 이상은 기다릴 것으로 보여 상반기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시장 예상보다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글로벌 증시는 강세로 화답했다. 이날 금리 동결과 성명서가 발표된 후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지수가 1.77% 상승 마감했다. S&P 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55%, 2.2% 오르며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니케이 지수와 중국 상해 종합지수, 홍콩 항셍 지수 등 아시아 주요 지수도 강세로 화답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모두 상승세로 출발했다. 다만 코스닥 지수는 장 마감까지 상승세를 유지한 반면, 코스피는 장중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하락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 양쪽에서 각각 2834억원, 685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기관이 코스피에서만 1714억원 어치를 순매도 하면서 강세가 유지되지 못했다.

기관의 대규모 순매도 공세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신중론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연준의 행보 변화는 곧 그동안 경제 지표 변화에도 유지됐던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무너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연준의 긴축 기조 변화를 무작정 환영하기에는 어렵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는 최근 수년간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 속에서도 나홀로 호황을 구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미국 연준은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와 함께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마지막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수 있었던 것도 금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용과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FOMC에서 급격한 방향 전환은 경제 지표에서 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서는 최근 미국내 저학력층 실업률이 상승했다는 점이 불안 요소로 지목된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에서 고용 상황은 완전고용이라는 평가 받는 수준이지만 최근 실업률 가운데 고졸 미만의 실업률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저학력층 실업률은 경기 둔화시 가장 먼저 반응하는 지표고 2007년 주가 폭락 전에도 저학력층 실업률이 상승중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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