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비정규직·불평등·주거문제 여전···정부와 여당, 민심 외면 비판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선거제 개혁 필요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다. 10년째 근무하지만 근속이 1년이 안 된다. 1년 단위계약이 10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 IMF 이후 연 단위 계획, 위험의 외주화 때문이다. 10년 동안 상여금을 한번도 못 받았다. 비정규직 굴레 속에서 사측은 상여금이 없다고 말해왔다.”(2016년 12월 촛불집회 시민 발언)

“여고생이다. 우리들은 평일에도 주말에도 밤 12시까지 야자를 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간다. 그러나 최순실 딸 정유라는 특혜를 입고 대학에 갔다. 우리 사회서 누군가는 노력 없이 모든 것을 얻어가고, 잘못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사회서 살고 싶지 않다.”(2016년 11월 촛불집회 시민 발언)

그 땐 뭔가 바뀔 것 같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평화적 시위로 탄핵시킨 시민의 힘이 불공정함과 일부 계층의 특권주의, 양극화, 불평등, 사회적 차별, 청소년 인권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16년 말 추워질 때 1700만명의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각 지역의 광장에 촛불을 들고 모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노인, 어린이, 청소년, 학생, 비정규직 노동자, 대기업 노동자, 자영업자, 남, 여 등. 이들은 매주 모였다. 어떤 주말에는 200만명 이상이 모이기도 했다.

이들은 단순히 민간인 최순실에 좌지우지되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만 요구하지 않았다. 사회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양극화가 해결되길 바랐다. 특권 계층의 특권이 해소되길 바랐다. 내 삶이 나아지길 바랐다.

그러나 촛불혁명 후 2년여가 지난 지금 당신의 삶은 어떠한가. 경제적으로 나아졌는가. 정규직이 돼서 안정적인가. 당신의 연봉으로 집을 살 수 있는가. 직장과 사회에서 느끼는 차별은 어떠한가.

촛불혁명에서 시민들이 요구했던 바는 아직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원청 직고용을 위한 대화를 요구했던 고 김용균씨가 지난해 12월 발전소의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사고로 사망했다.

12월 임시국회서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야당과 경영계 요구로 개정안 내용이 완화되고 현장 노동자들이 요구한 내용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실효성이 낮다. 원청 처벌의 하한형을 두지 않았다. 사고가 난 해당 기업에 벌금을 물어 실효성을 높이는 내용도 없었다. 이러한 사고를 막을 원청 직고용을 통한 정규직화에 대해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우체국 하청 노동자인 한 경비원은 우체국 지점 국장(우정사업본부 공무원)의 지시로 본연의 업무가 아닌 소포를 나르다가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이는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임금도 열악하다. 우정사업본부와 매년 위탁용역 계약을 맺는 우체국시설관리단의 현장 노동자 2500여명은 최저임금에 머물러있다.

지난해 11월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의 월급 격차는 183만원이었다. 임시·일용직 월급은 상용직 절반도 미치지 못한 44% 수준에 그쳤다.

국민들 삶의 질이 직접적으로 나아지는 정책도 부족하다. 정부는 지난 29일 대기업에게 유리한 24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20조원 가량이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다. 특히 이번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중에는 예전 예타면제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사업이 7개나 있다. 경제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거대 사업들은 후일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돼야 한다.

무엇보다 촛불혁명 이후 정치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이 나오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선거제 개혁, 선거연령 인하가 거대정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의 정치적 셈법에 의해 막혀있다.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 개혁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 안정화, 비정규직 대책, 양극화 해소, 사회복지 부문 일자리 증가, 성폭력 및 사회적 차별 해결, 청소년 인권, 성소수자 인권, 성평등 문제 모두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지금보다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은 재선만 생각할 뿐 국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국민 삶의 질을 올려야 재선될 수 있는 선거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당이 받은 득표율대로 의석이 나뉘어야 정당들이 국민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촛불혁명의 수혜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이 되고 집권 여당이 됐다. 촛불혁명 때 국민들이 요구했던 바를 무시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 촛불혁명 후 당신의 삶 어떤가요? 우리 스스로도 자신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이다. 지금 내 삶은 어떠한가.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