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후 처음으로 1순위 청약 미달
청약경쟁률 높은 단지도 미계약분 속출
“시장 실수요자 개편, 실수요자들 깐깐해져”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강세를 나타냈던 서울 분양시장에서 1순위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이는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분양시장의 양극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강세를 나타냈던 서울 분양시장에서 1순위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이는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분양시장의 양극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강세를 나타냈던 서울 분양시장에 최근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분양시장에서 3년 만에 1순위 청약 미달이 등장하는가 하면 높은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던 한 단지는 실제 본 계약에서 미계약분이 속출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되고 대출 제한 등 정부의 규제까지 겹치면서 예비청약자들이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서울 분양시장이 이미 양극화가 시작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3년 만에 1순위 청약 미달…청약경쟁률 33대 1 기록 단지 ‘미계약’ 속출

30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가 해당지역 전 타입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전날 2개 평형의 일반 모집을 받은 이 단지는 전용면적 전용 84㎡의 모든 타입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반면 115㎡은 4개 타입(104가구) 모두 미달됐다.

서울에서 대형 브랜드 아파트가 전 타입이 1순위에서 마감되지 않은 것은 3년 만이다. 앞서 분양된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 파크푸르지오’는 2016년 12월 분양 당시 전용 112㎡가 1순위에서 15가구가 미달된 바 있다.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마감을 기록한 전용 84㎡도 청약경쟁률이 평소보다 높지 않은 수준이다. 청약경쟁률은 84A㎡가 가장 높았고 ▲84B㎡ 2.27 대 1 ▲84D㎡ 1.73 대 1 ▲84C㎡ 1.57 대 1 ▲84E㎡ 1.52 대 1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분양한 ‘DMC SK뷰’(91.61 대 1), ‘힐스테이트 녹번역’(59.05 대 1), 디에이치 라클라스(23.94 대 1) 등에 비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통상 본 계약 시 이탈하는 청약자들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향후 추가 미계약 물건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단지는 서울어린이대공원 남단 건국대 캠퍼스와 맞닿아 있어 입지가 높게 평가됐다. 그럼에도 청약 성적이 부진한 이유는 주변 신축 단지보다 높은 분양가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모든 타입의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9월 입주한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의 전용 84㎡은 현재 11억~12억5000만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번에 분양한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전용 84㎡ 분양가가 9억9000만~12억4000만원, 전용 115㎡가 13억1200만~15억5600만원에 달한다. 향후 발코니 확장비용, 금융비용 등을 고려하면 주변 단지보다 분양가가 높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송파구에 위치한 ‘송파 헬리오시티’는 전용 84㎡의 경우 호가가 14억3000만원까지 떨어진 상황이다”며 “광진구가 선호지역도 아닐뿐더러 같은 돈이면 실거주나 투자적인 측면에서 강남3구쪽을 선택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서울 분양시장의 이상 기류는 다른 신규 분양단지에서도 감지된다. 올 초 분양 당시 높은 경쟁률로 주목받았던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는 최근 정당계약에서 미계약분이 발생했다. 이 단지는 지난 4일 진행한 당해 1순위 청약결과 249가구의 일반공급 물량에 8307명이 몰리며 평균 33.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청약 부적격 물량이나 계약 포기물량으로 인해 잔여물량에 대한 계약을 진행 중이다.

◇시장, 실수요자 중심 재편…“서울 분양시장 이미 양극화 들어서”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기 세력이 빠지고 남은 실수요자들은 분양시장을 판단하는 관점이 더욱 깐깐해졌다”며 “여기에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예비청약자들이 청약통장을 꺼내는 것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분양시장이 이미 양극화에 들어섰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인기 특정단지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서울 분양시장에서 미분양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 집값이 급등하고 대출제한 등 정부의 잇단 규제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수요자는 극히 제한적”이라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요자는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수요 범위는 더욱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시장이 조정장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가장 적은 강남 등 특정 단지로 청약통장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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