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경영참여’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능성 낮아···결국 표 끌어모으기 싸움될듯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국민연금공단 본사. / 사진=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조현경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국민연금공단 본사. / 사진=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조현경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다. 검찰 구속 위기도 무사히 넘긴 바 있는 조양호 회장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위기도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전망은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대한항공 및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던 초기만 해도 국민연금이 ▲이사 해임 및 사외이사 선임 ▲정관 변경 등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 같은 기류가 흔들리기 시작한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그 공이 넘어간 이후부터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23일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반대 결론을 내렸다. 이후 29일 또 한 번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역시 경영참여 반대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상황을 종합해 보면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우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수탁자위원회 판단대로 꼭 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은 곧 위원회의 전문성을 무시한 결정으로 국민연금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하나는 10%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10%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가 경영 참여 목적으로 보유할 경우 6개월 내 단기매매차익을 정해진 산식에 의해 기업에 반환해야 한다. 이 룰을 적용하면 국민연금은 400억원을 반환해야 할 위기에 놓이는데 국민들의 분노가 불 보듯 뻔하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국민연금에 대해 10%룰 적용을 예외로 해줄지 여부에 대해 유권해석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행사를 하지 않게 된다면 결국 표대결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보이는데 조양호 회장 우호지분과 치열한 표다툼을 펼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미 표를 끌어 모으기 위한 물밑싸움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한진칼의 경우 KCGI와 국민연금의 연대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CGI는 서울중앙지법에 한진칼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을 신청하며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KCGI가 국민연금이 손을 잡을 경우 의결권 행사만으로 오너일가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만에 하나 국민연금이 시장의 예상을 뒤집고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하게 된다면 대한항공은 물론, 재계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재계 인사는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면 앞으로 국민연금이 지분을 갖고 있는 대기업들 위주로 상당한 여파가 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갖고 있는 대기업은 포스코, KT, 대림산업, 효성 등이다. 이중에서 특히 오너일가와 관련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기업들이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

한편 조양호 회장이 의결권 전쟁에서도 승리한다면 검찰 수사 등 작년부터 계속 돼 온 대외 악재에 대한 부담을 일부 털어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적극 주주권 행사 여부와 상관없이 대한항공 일가는 향후 경영활동과 관련해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번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해도 조양호 회장 등 대한항공 오너일가는 경영행보를 하며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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