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플랫폼 노동, 1년새 65% 성장···한국은행 “한국, 예상보다 확산 빨라질 수 있어”
고용, 성장 등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의견 분분
플랫폼 노동자 위한 법적 제도 마련 필요성 커져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문형 플랫폼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문형 플랫폼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문형 플랫폼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네트워크와 모바일 상거래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긱 경제’(gig economy) 도입과 확산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어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해 신종 일자리와 고용 형태를 만들어내는 긱 경제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가 지난 27일 발표한 ‘글로벌 긱 경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세계 디지털 노동 플랫폼 산업 규모는 총매출액 기준 820억달러로 1년 전보다 65% 성장했다. 플랫폼 기업들의 글로벌 자금조달 규모도 2017년 2분기 100억 달러 수준으로 4년전보다 60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긱 경제는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노동력이 거래되는 새로운 노동시장 트렌드다.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에서 즉석으로 연주자를 섭외하는 공연을 ‘긱’으로 지칭하는 데 유래했다. 대표적인 비즈니스 사례는 공유차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우버(Uber)와 영국의 음식 배달 앱 딜리버루(Deliveroo) 등이다.

플랫폼 노동 종사자 수는 생산가능인구의 10% 미만 정도로 추산됐다. 미국에서는 디지털 중개 종사자 수가 전체 취업자의 1%(161만명) 수준으로 분석됐다. 유럽연합(EU)에서는 성인 9.7%가 참여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7개국에서도 주 1회 긱 경제에 참여하는 노동자가 전체 인구대비 5~12% 수준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국내 통계는 아직 없다.

긱 경제가 고용이나 성장 등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임시직 일자리를 늘려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고 소득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아직까지는 주로 전통산업을 대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제한되고, 각 주체들 간 갈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EU와 독일, 영국, 미국 등 각국에서는 긱 경제를 신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산업을 지원하면서도 기존 사업과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긱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 등이다.

이에 따라 긱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도 대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네트워크와 모바일 상거래 시장을 바탕으로 긱 경제의 도입과 확산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어 적극적으로 대비 할 필요가 있다”며 “긱 경제가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특성이 있어 진전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적절한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 “플랫폼 노동자 위한 노동권 보장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긱 경제가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선 긱 경제가 갖는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플랫폼 노동을 이끄는 노동자들의 근로여건 개선과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노동연대 출범 선언 및 플랫폼 영역에 대한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지금 사회보장제도는 기본적으로 고용과 연계돼 있다. 고용 상태에 있는 경우에만 권리가 부여되고, 고용을 상실하면 권리도 상실하게 된다. 노동자가 자영업자가 되거나 실업자가 되면 권리의 단절이 발생한다”며 “플랫폼 노동자의 업무 수행 조건, 특히 플랫폼 노동자의 서비스 제공에 대한 적정한 가격 보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혁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연구원장은 “플랫폼 노동자들 대부분은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는다. 또 이들을 고용하는 업체들은 위탁계약을 맺음으로써 플랫폼 노동자를 고용했을 때 생기는 일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4대 보험, 퇴직금, 산재 처리 등”이라며 “결국 위험은 외주화 된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어떠한 행정·법률적 보호 장치가 없어 노동자로서 어떤 권리도 부여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정책연구원장은 “근본적으로 플랫폼 노동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대부분의 플랫폼 노동은 서비스산업에서 발생하고 있으므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 연맹은 플랫폼노동에 대한 보호와 조직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정부와 플랫폼 관련 기업들은 ‘노동안전과 4대 보험 적용’, ‘적정 수수료와 주 52시간 노동’, ‘노동기본권 확보’, ‘플랫폼 중개업체와 플랫폼 노동조합의 교섭’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인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근로자성 인정 또는 유사근로자로서의 지위까지 인정되고 있지 못한 게 문제인 만큼 입법적 해결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며 “프랑스 등 해외 사례를 토대로 플랫폼 노동자들을 노동관계법에 포함시킬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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