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IMF도 세계경제 성장률 내려···일부선 한국경제 위기 강조만
덩달아 정부 성장 정책으로 선회 움직임···전문가 “사회복지 및 중소벤처 투자 확대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신임 부의장(오른쪽),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신임 부의장(오른쪽),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기대보다 경기가 좋아지지 않자 빈약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현재는 경제 위기 상황이라며 위기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세계 주요국 모두 저성장인 상황에서 성장률에 집착해 실효성이 낮고 부작용이 있는 정책에 매달리기 보다는 저성장 시대에 적합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고용산업위기지역 지방자치단체에 지난해 연말까지 청년이나 50∼60대 신중년,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5만9000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일부 공기업에선 이틀짜리 초단기 인턴 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단기적 고용 성과에 치우쳐 의미 없는 일자리 정책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존에 정부가 추진해온 양질의 일자리 정책과 거리가 멀단 것이다.

또 정부는 지역 주민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24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을 지난 29일 발표했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 24조여원 가운데 20조원 가량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다.

특히 이번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중에는 예전 예타면제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사업이 7개나 있다. 경남의 남부내륙철도 사업(사업비 4조7000억원)과 울산 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1조원)은 2017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부적합 평가를 받았다. 총사업비 1조5000억원 규모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도 2017년 예타에서 비용 대비 편익(B/C) 값이 기준치인 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0.37로 판정됐다. 9000억원 규모 제2경춘국도 사업도 2016년 예타에서 부적합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7개 사업 모두가 이미 추진돼선 안 될 사업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이는 정부의 초기 정책적 입장과 달라진 부분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12일 일자리 추경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추경 목적에 맞게 일자리와 서민생활 안정에 집중했다. 항구적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규모 SOC사업은 배제했다”며 “대신 육아휴직급여,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등 지난 대선에서 각 당이 내놓은 공통공약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에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예비타당성조사는 경제성이 없는 대규모 사업을 함부로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 예타 면제는 성급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기대보다 경기다 좋지 않으니 초조했다. 이에 예전 정부들이 경기 침체 시 늘 하던 토목건설 투자 방법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이번 예타 면제 사업에 대전도시철도 사업으로 7000억원이 포함됐는데 기존의 도시철도 사업들이 적자가 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처럼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 가운데 수익성이 떨어지고 경제성이 낮은 것들이 섞여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나중에 운영, 유지 비용을 위해 지역민들 세금 사용 등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세계적 저성장 시대...저성장 시대 맞는 경제 정책 필요”

정부가 실효성이 부족하고 부작용이 높은 정책들을 내놓는 것은 저성장 시대에도 성장에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저성장에 접어든 현 상황을 경제 위기로 규정했고 이를 정부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진행 중이다. 저성장 시대에 맞는 경제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7%였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경제 위기라며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2일 “2018년 경제성장률이 2.7%로 6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이러한 경제위기 상황에도 정부는 기존 경제정책을 고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성장 추세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21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5%로, 내년 성장률은 3.6%로 기존 전망치보다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씩 내렸다.

IMF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선진국은 2.1%에서 2.0%로 낮췄다. 신흥개도국은 4.7%에서 4.5%로 내렸다. 독일 등 유로존은 1.9%에서 1.6%로 내렸다. 미국은 2.5%로 유지했다. 일본은 재정지출 계획 등을 반영해 0.9%에서 1.1%로 올렸다. 대부분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고 일본의 경우 재정지출 계획 특수성을 감안했지만 1.1%로 역시 저성장에 속한다.

세계은행도 지난 8일 비슷한 전망을 했다. 세계은행은 2019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기존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췄다. 지난해 2.9%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2.5%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6.5%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6.2%로 전망했다. 올해 유로존은 1.6%, 일본은 0.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영철 교수는 “정부의 예타 면제는 최근 경제가 좋지 않다는 일부 지적에 대한 정부의 조급함을 보여준다”며 “그러나 현재 상황은 경제 위기가 아니다. 지난해 2.7% 경제성장률의 경우 국회예산정책처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013~2017년 3.0%, 2018~2022년 2.7%였다. 잠재성장률로 보면 2018년 성장률 2.7%는 예년 보다 좋다”며 “고용률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연간 고용률을 보면 2018년은 60.7%, 2017년 60.8%, 2016년 60.6%. 2015년 60.5%, 2014년 60.5%로 소폭 올랐다. 연간 실업률은 2018년 3.8%, 2017년, 3.7%였다. 이는 박근혜 정부 2016년 3.7%와 같거나 소폭 올랐다.

조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무리하게 예타 면제를 할 것이 아니었다. 경제성을 차근차근 따져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해야 했다”며 “재정 확대 정책을 통해 사회복지 분야 투자를 늘리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크다”고 말했다.

2014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업종별 취업유발계수에 따르면 토목건설은 14.1명, 사회복지서비스는 41명이었다. 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의 수요가 발생할 경우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취업자 수를 말한다. 토목건설의 취업유발계수는 2014년 14.1명으로 2011년 14.4명보다 낮아졌다. 반대로 사회복지서비스는 2014년 41명으로 2011년 39.4명보다 늘었다.

장흥배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원은 “저서장 시대에서 당장 경기 지표가 좋아지기 어렵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 쪽에서 계속 공격을 받고 경제 철학도 부족해 과거의 토목건설 투자 등으로 돌아간 것”며 “일자리 창출 효과는 보육 등 복지 부문이 크다. 복지 부문에 투자하면 일자리가 늘뿐 아니라 저소득층에 효과가 직접 가기에 내수 경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성장률과 일자리를 단기적으로 높이려는 정부의 초조함이 보인다. 세계적 저성장 시대에서 기업 투자가 얼어붙기에 정부가 재정확대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토목건설 투자는 임시직, 일용직 등 단기적 일자리 증가 효과에 그친다”며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중소기업과 벤처 투자, R&D(연구개발)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4년 단임제의 경우 장기적 정책 추진이 가능하지만, 대통령 단임제에서 집권 3년차가 넘어가면 다음 선거를 위해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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