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현대오일뱅크 기업가치 10조원 평가···작년 추정치 보다 30% 가량 높아
아람코 제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상장 어려울 듯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전 지분투자(프리IPO) 방식으로 일부 지분을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국내 상장 시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리IPO 이후에도 국내 상장 절차를 다시 밟겠다는 예상이 나오고는 있지만 아람코가 제시한 가격을 만족하는 시점까지는 사실상 상장이 물건너갔다는 예상이다 / 사진=연합뉴스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전 지분투자(프리IPO) 방식으로 일부 지분을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국내 상장 시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리IPO 이후에도 국내 상장 절차를 다시 밟겠다는 예상이 나오고는 있지만 아람코가 제시한 가격을 만족하는 시점까지는 사실상 상장이 물건너갔다는 예상이다 / 사진=연합뉴스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전 지분투자(프리IPO) 방식으로 일부 지분을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국내 상장 시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리IPO 이후에도 국내 상장 절차를 다시 밟겠다는 예상이 나오고는 있지만 아람코가 제시한 가격을 만족하는 시점까지는 사실상 상장이 물건너갔다는 예상이다. 

◇IPO 대신 지분 일부 매각 '선회'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의 모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일부를 프리IPO 형식으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 매각하기로 했다.  프리IPO는 기업이 상장하기 전 미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추진하던 국내 상장이 금융당국의 감리 이슈로 차질을 빚으면서 늦어지자 사실상 또다른 대안을 마련한 셈이다.

현대중공업지주 관계자는 지난 28일 사우디 아람코사와 상장 전 지분 매각(Pre-IPO)에 관한 투자계약서를 체결했으며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양사의 이사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현대오일뱅크 상장은 사실상 기약이 없어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지난해 금융당국의 감리 이슈에 발목이 잡히면서 사실상 상장이 어려워졌다. 지난해 8월 13일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에서 승인을 받아 올해 2월까지 아직도 승인 유효기간이 남아 있지만, 촉박한 일정에 일단은 다시 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는 상장주관사들에게 올해 봄 정도에 상장 예비심사를 재청구하는 방안을 전달한 상황이다. 

◇ 아람코, 현대오일뱅크 기업가치 후한 평가···달라진 IPO 눈높이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의 가치를 후하게 쳐준 만큼 현대중공업지주는 상장 시도에 무리할 필요가 없어졌다. 아직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단 아람코가 인수하기로한 주당 인수가격은 약 3만6000원 가량이다. 이 가격은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를 10조원으로 추정한 뒤 계산한 가격이다. 반면 지난해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국내 시장에서 추정했던 시가총액은 7조원~8조원 수준이다. 아람코는 이 가격에 비해 30% 가량 높은 수준을 제시한 셈이다. 

이번 거래가 프리IPO기 때문에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서는 아람코가 제시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상장을 추진하기는 어렵게 됐다. 프리IPO 거래 특성상 거래 조건에 향후 상장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국내 시장에서 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을 인정받기 전에는 상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현재 국내 증시 상황과 정유 업황을 감안할 때 현대오일뱅크가 후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람코가 시장에서 예상하는 가격 이상으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를 산정한 만큼 현대오일뱅크 역시 아람코가 향후 투자회수(EXIT)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아람코가 제시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상장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정유 업황이 부진에 신음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원유를 도입해 정제 과정을 거친 후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핵심인데 통상 국제유가가 완만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수익이 극대화된다. 그러나 지난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수익성에 부담이 생겼다. 국내 정유업계 전반이 실적 부진과 주가하락을 예상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8일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은 지난해 4분기 29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른 정유업체들도 아직 실적 발표를 준비중이지만 정유 사업에서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따라서 현대오일뱅크가 현 시점에서 상장을 추진한다면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상태기 때문에 아람코가 제시한 가격 이상을 인정받기 어렵다. 정유업황이 회복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예상이 나오기 때문에 현대오일뱅크 상장 역시 함께 미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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