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경제성 확인 안돼 국민 부담 가능성”···“일정 부분 경기 부양은 가능”
예비타당성조사서 부적합 평가 받은 '남북내륙철도'·'울산 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도 포함
토목건설 취업유발계수 낮아 일자리 효과 등 실효성 의문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24조원 규모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 발표를 두고 문재인 정부가 경기가 나아지지 않자 초조함을 나타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경제성이 확인 되지 않은 사업 추진으로 국민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예타 면제를 할 만큼 토목건설 투자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는 건설 경기에는 완충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29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24조1000억원 규모의 지자체 23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추진안을 위한 것이다. 이번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 24조여원 가운데 20조원 가량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다.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는 ▲연구개발비(R&D) 투자 등 지역전략산업 육성(3조6000억원) ▲도로·철도 등 지역 산업 인프라 확충(5조7000억원)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10조9000원) ▲지역 주민의 삶의 질 개선(4조원) 등 4가지 중점 과제로 구성됐다.

이에 대해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이 필요할 정도로 경제가 나쁜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의 초조함으로 나중에 국민적 부담이 늘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 가운데 수익성이 떨어지고 경제성이 낮은 것들이 섞여 있을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 예타 조사에서 부적합 평가를 받은 사업이 이번에 포함됐다”며 “이러한 사업들은 나중에 운영, 유지 비용을 위해 지역민들 세금 사용 등 부담을 키운다. 이번에 대전도시철도 사업으로 7000억원이 포함됐는데 기존의 도시철도 사업들이 적자가 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에 예타 면제에 포함한 경남의 남북내륙철도 사업(사업비 4조7000억원)과 울산 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1조원)은 예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부적합 평가를 받았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는 정부 재정이 대거 투입되는 투자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증·평가하는 제도다. 1999년 김대중 정부가 본격적 타당성 조사 이전에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했다.

조 교수는 “최근 경제가 좋지 않다는 일부 지적에 대한 정부의 조급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경제 위기가 아니다. 지난해 2.7% 경제성장률과 고용률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정부는 무리하게 예타 면제를 할 것이 아니었다. 경제성을 따져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해야 했다. 이와 함께 복지 부문에 대한 재정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예타 면제를 통한 정부 지출이 적자사업이나 재정 적자 등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정부는 예타 사업, 그리고 이를 통한 민자사업에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등 관리를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이 정부가 기대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장흥배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원은 “건설, 토건 투자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예전보다 낮다”며 “일자리 창출 효과는 보육 등 복지 부문이 크다. 복지 부문에 투자하면 일자리가 늘뿐 아니라 저소득층에 효과가 직접 가기에 내수 경기도 부양한다”고 말했다.

2014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업종별 취업유발계수에 따르면 토목건설은 14.1명, 사회복지서비스는 41명이었다. 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의 수요가 발생할 경우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취업자 수를 말한다.

토목건설의 취업유발계수는 2014년 14.1명으로 2011년 14.4명보다 낮아졌다. 반대로 사회복지서비스는 2014년 41명으로 2011년 39.4명보다 늘었다.

다만 현재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인식하에 토목건설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민 연구위원은 “최근 경기 상황이 좋지 않고 특히 건설 경기 전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이번 예타 면제는 이를 완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은 대기업 의존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장 연구원은 “예타 면제 사업 가운데 민자사업은 대규모 사업이기에 대부분 대기업이 참여한다. 중소기업이 직접 들어올 수 없는 사업들이다”며 “정부가 경제 성과가 나지 않자 초조함을 보이며 대기업에 의존하는 한계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그 규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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