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79개 저축은행 기업대출금 전년 동기比 20% 늘어
개인사업자 대출은 38% 급증···가계대출은 9% 증가 그쳐
저축은행들이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기업대출을 늘리며 영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업대출이 확대되면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문제점도 드러났다. 특히 기업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올해 경기 불황 영향으로 저축은행 업계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공시된 지난해 9월말 기준 저축은행 대출채권은 총 54조84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7조5162억원(15.9%) 증가했다.
차주별로 보면 저축은행 업계는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계대출이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의 기업대출금은 지난해 9월말 기준 33조2405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5조5242억원(19.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금이 8.6% 늘어난 것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국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성장세가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둔화된 것”이라며 “규제가 적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총량을 늘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2017년 3월 저축은행 가계대출 성장세를 전년 동기 대비 연 5%대(상반기 5.1%, 하반기 5.4%) 수준으로 제한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가계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율은 올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업계 빅2로 불리는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도 기업대출 증가율이 가계대출을 웃돌았다.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9월말 기준 기업대출금은 3조254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1% 증가했다. 반면 가계대출금은 같은 기간 16.8% 증가하며 기업대출 증가율보다 4.3%포인트 낮았다.
OK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기업대출금이 2조19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65% 크게 증가했다. 가계대출금은 같은 기간 8.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저축은행들은 기업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9월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총액은 31조861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9% 증가했다. 이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금은 13조84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8% 크게 증가했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하자 저축은행 연체율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9월말 기준 5.1%를 기록했다. 2017년 9월말 4.86%를 기록한 뒤 2017년 12월말 4.53%, 2018년 3월말 4.44%, 2018년 6월 말 4.4% 등 매분기 개선되다 작년 말 들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5일 저축은행 최고경영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연체율 상승을 우려하며 “선제적으로 건전성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 경기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기업대출 성장세에 따라 연체율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건전성 관리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