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역사 바로세우기 앞장선 할머니" 추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93) 할머니가 28일 오후 10시 41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3일 제1355차 정기수요집회에 참가해 발언하는 김복동 할머니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93) 할머니가 28일 오후 10시 41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3일 제1355차 정기수요집회에 참가해 발언하는 김복동 할머니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를 요구하며 평생을 보낸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28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이날 “김복동 할머니가 오늘 오후 10시 41분 별세했다”며 “장례식은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시민장’으로 한다”고 밝혔다.

정의연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1926년 경상남도 양산에서 태어나 만 14세였던 1940년 일본군 위안부로 연행됐다. 이후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 끌려다니며 ‘성노예’로 피해를 봤다.

김 할머니는 1992년 8월 제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에서 위안부 피해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여성 인권 운동의 길을 걸었다. 1993년 오스트리아 빈 세계인권대회에 참석해 위안부 피해를 증언하고 2000년 일본군 성노예전범여성국제법정에서 원고로 참여해 증언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증언을 이어갔다.

2012년부터는 유엔인권이사회,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일본 등을 방문,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위한 활동’ 등의 해외 캠페인을 진행했다.

2015년 국경없는기자회와 AFP통신은 김 할머니를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인의 영웅’에 선정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해 9월 암 투병 중에도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김 할머니의 별세로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23명으로 줄었다. 앞서 이날 오전에도 위안부 피해자 이모 할머니가 별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복동 할머니께서 어제 영면하셨다. 흰 저고리 입고 뭉게구름 가득한 열네 살 고향 언덕으로 돌아가셨다”며 “할머니,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추모했다. 이어 “1993년 할머니의 유엔 인권위 위안부 피해 공개 증언으로 감춰진 역사가 우리 곁으로 왔다”며 “진실을 마주하기 위한 용기를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할머니께서는 피해자로 머물지 않았고 일제 만행에 대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며 역사 바로잡기에 앞장섰다”며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다.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자 스물 세분을 위해 도리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한 김 할머니를 문병해 쾌유를 기원하고 박근혜 정부 당시 위안부 합의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면서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김 할머니의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영결식은 2월 1일 오전 10시 30분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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