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용한 택시’ 만든 현대차 연구원들 “농아인 직접 찾아 얘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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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용한 택시’ 만든 현대차 연구원들 “농아인 직접 찾아 얘기 들었다”
  • 김성진 기자(star@sisajournal-e.com)
  • 승인 2019.01.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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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현대차 R&D 페스티벌에서 우승한 심포니 팀···6개월 간 현업과 병행하며 기술 개발
최초 아이디어 떠올린 이성현 연구원 “청각장애 사촌형에게 미안하고 고마워”

 

소리 없는 택시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현대자동차가 이달 초 유튜브에 공개한 ‘조용한 택시’ 동영상 조회수가 29일 기준 1300만을 넘었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택시’라는 문구로 소개되는 영상에는 국내 최초 청각장애 택시기사 이대호씨(52‧남)가 등장한다. 이씨는 택시 안에서 사람들의 차별과 편견에 부딪치면서도 “승객의 목소리는 듣지 못해도 마음은 들을 수 있다”며 안전한 운전을 다짐한다. 4분 30초의 영상은 짧은 시간 동안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현대차는 이씨의 안전운전을 응원하며 택시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차량주행 지원 시스템’을 지원했다. 해당 시스템은 소리를 촉각과 시각으로 치환하는 기술로, 지난 2017년 현대차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나왔다. 2015년 입사 동기 7명으로 이뤄진 심(心)포니 팀이 6개월간 개인 시간을 반납하고 만들어냈다. 최초 아이디어는 심포니 팀의 팀장을 맡은 이성현 연구원이 제공했다. 후천적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사촌형과의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지난 22일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찾아 심포니 팀 6명의 연구원(이성현 연구원, 정지인 연구원, 이주환 연구원, 박형준 연구원, 김종원 연구원, 권준영 연구원)을 만났다. 나머지 한 명의 연구원은 해외출장 탓에 참석하지 못햇다. 기술이 개발된 지는 벌써 1년도 넘었지만, 광고를 통해 다시 화제가 된 데 감회가 남다른 듯 했다. 연구원들에게 이번 아이디어의 시작과, 지난 기술개발 과정에서의 고충을 들어봤다.

 

(왼쪽부터) 김종원 연구원, 정지인 연구원, 이주환 연구원, 권준영 연구원, 이성현 연구원, 박형준 연구원. / 사진=노성윤 PD

 

다음은 일문일답.

유튜브 조회수가 1000만을 넘었다. 대중의 높은 관심이 어떤가.

김종원 : 우리의 기술이 제품까지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 못했다. 처음 아이디어 수준에서는 택시기사에게 유용할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잘 만들면 사회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형준 : 주변에서 아는 분들이 연락을 많이 주신다. 그리고 처음 기술 개발할 때 생각이 많이 난다. 우리 중 두 명이 대표로 직접 농아인협회도 찾아가고, 청각장애인 분들이 실제 운전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듣고 그걸 많이 참고했다. 특히 들리는 소리, 들어야 하는 소리, 외부에서 타인이 내는 소리, 차가 기능적으로 운전자에게 들려줘야 하는 소리들 중에서 어떤 소리를 들려줘야 가장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반년 정도의 시간동안 현업과 동시에 진행하느라 제한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실제 적용된 기술은 처음에 그렸던 그림보다는 더 조그맣게 나왔다.

처음 그렸던 큰 그림은?

이성현 : 일단 농아인협회에 가서 청각장애인분들의 얘기를 들었다. 그분들 얘기를 듣고 마음 같아선 필요한 모든 걸 다 표현하고 싶어서 큰 그림을 그렸다. 수어화를 인식해서 의사소통하는 것까지 꿈꿨다. 자동차가 동승자에겐 소통의 공간이란 의미를 지니는데, 일반 사람들은 앞을 보고 말로 대화하지만, 청각장애인분들은 입술을 읽는다든지 눈을 마주쳐야 한다. 청각장애인들에겐 자동차가 소통이 단절된 괴로운 공간일 수 있다. 실제 제한된 모션을 가지고 제한된 단어를 구현 하는데 까지 성공을 했으나 실제 수화가 국가마다 다르고 모션이 복잡해서 양산까지 힘들었다.

심포니 팀의 팀장을 맡았던 이성현 연구원. / 사진=노성윤 PD

 

서로 어떻게 알게됐나, 아이디어 출발은?

이주환 :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아이디어 컨퍼런스에서 수어 아이디어를 접했는데, 이 아이디어를 갖고 의논도 하고 발전시키는 와중에 도전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현 : 사촌형이 후천적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얘기를 잘 나누다가 어느 순간 말수가 줄어들고 명절에 갔을 때도 늘 붙어있지만 대화가 없다. 말을 해도 안 들리니까 게임을 해도 말없이 한다. 그러다 나이가 들고 운전을 하니 사촌형과 차 안에서 침묵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또 사촌형은 청각만 불편할 뿐인데, 주변 시선 탓에 다른 것들을 다 누리지 못하기도 했다. 사촌형 부모님조차 운전을 하면 불안하다는 것 때문에 제한당한 것들이 많았다. 이걸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생각하다가 자동차 회사에 입사하고,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됐다.

탑재되지 못해 아쉬운 기술이 또 있나

김종원 : 처음에 아이디어가 생각보다 엄청 많았다. 실제적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최종 두 개를 뽑았다. 시각화도 단순 불빛이 아니라 홀로그램으로도 고려했다. 또 인포테인먼트와 연관도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상황과 조건 탓에 결국 두 가지 안으로 좁혔다.

광고 영상에서 보면 다양한 소음이나 경적소리를 인공지능이 10가지 이상 구분을 한다. 기술적인 어려움 들은 없었나.

박형준 :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소자가 단순했다. 대회용으로 만든 제품은 간단한 로직을 짜서 4가지 소리만 구분하게끔 만들었다. 소자만 좋은 걸 쓰고 코딩만 다듬으면 더 다양하고 많은 소리를 구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박형준 연구원. / 사진=노성윤 PD

 

현업과 병행하느라 힘들진 않았나

박형준 : 정시에 퇴근에서 밤늦게까지 일했다. 야근하는 경우에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정시에 퇴근해서 이 아이디어에 매달렸다. 동료들이 현업에서 워낙 정신없이 일하는 걸 알고 있어서 대회가 끝나면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종원 :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페스티벌이다. 예산과 시간이 한정적이다. 그 과정에서 기술이 어느 정도 선까지 구현이 되고, 가망이 있으면 이런 아이디어들을 좀 더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이 기술을 좀 더 진보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술 개발하면서 부딪쳤던 현실적인 어려움들은 뭐가 있었나.

이주환 :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 많이 던졌다. 이 기술을 왜 개발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었다. 우리가 청각장애인이 아니라 그 어려움은 100% 알지 못한다. 나름 고민해서 개발을 하는데 혹여나 청각장애에게 도움이 안 되는지, 우리가 이렇게 시간 들여서 하는 게 시간낭비 아닌지, 이런 거에 대한 고민이 내부에서 있었다. 그때마다 대화를 통해 잘 헤쳐 나갔다.

이주환 연구원. / 사진=노성윤 PD
이주환 연구원. / 사진=노성윤 PD

 

언제가 제일 힘들었나

정지인 : 발표흐름을 마지막에 바꿨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청중들이 청각장애인이 아니다보니 이 기술에 대해 필요성을 얼마나 느끼는지 알기 어려웠다. 가장 힘을 받았던 건 청각장애인 직접 찾아가서 인터뷰 영상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택시기사 스토리텔링이 굉장히 훌륭해 사람들 공감 이끌어냈다고 생각한다.

이성현 : 새벽 5시에 갑자기 기계가 먹통이 됐다. 오전 9시에 기술을 발표해야 하는데 약속한 듯이 한 번에 다 망가졌다. 전자제품은 오류가 나면 그 원인을 파악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4시간 만에 원인을 찾아내고 복구하느라 정말 애먹었다.

김종원 연구원. / 사진=노성윤 PD

 

소감 한 마디

이성현 : 사촌형한테 미안하다. 살갑지 않다. 고맙다는 말 많이 못한다. 서로 틱틱 거린다. 마음속 고마움을 표현 못한 게 걸린다. 또 형을 위해 만든 거지만 사회적 파장이 있어서 고맙기도 하고 형한테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정지인 : 구글 우버는 청각장애 기사들 모셔서 고객들한테 보여주는 영상이 있었다. 다른 나라는 이런 인식이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이번 영상이 1000만뷰 돌파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신기한 일이기도 하고 앞으로 남은 삶을 살아갈 때도 좋은 밑거름일 것 같다.

정지인 연구원.  / 사진=노성윤 PD
정지인 연구원. / 사진=노성윤 PD

 

김종원 :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광고까지 찍게 됐다. 개인적으로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작은 거 하나가 이렇게 파장을 일으킬 줄은 생각 못했고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게 의외로 돌이켜보면 대단한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권준영 : 광고가 빵 터진 게 무서웠다. 아이디어 페스티벌 우승이라는 목표를 갖고 시작했는데, 잘 발전해서 광고까지 잘 되니 앞으로 일을 할 때도 너무 앞만 보고 해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계기를 통해 좀 멀리 보고 뭔가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하나라도 책임감 갖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주환 : 재작년에 4월 달에 아이디어 컨퍼런스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4월 달에 저희들의 머릿속에서 나왔던 생각이 광고, 홍보팀, 문화개발팀 등의 도움으로 세상에 전달됐다.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다.

박형준 : 기술적인 얘기를 좀 더 하고 싶다. 사용했던 소자들이 성능이 좋지 못했다. 개발할 때도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었다. 만들고 나면 켜놓고 방에 둔다. 그럼 갑자기 혼자깜빡이기도 하고 진동이 울리기도 한 적이 많았다. 아무 소음도 없는데 경찰차가 나타났다는 표시가 들어오기도 했다. 그러다 뉴스 영상에서 경적소리가 나오더라. 그 소리 성분을 분석해서 비교하면 되겠다 싶어서 바꿔봤다. 이런 시행착오를 무수히 겪었다. 이런 경험들이 생각난다.

(왼쪽부터) 박형준 연구원, 이주환 연구원, 이성현 연구원, 정지인 연구원, 김종원 연구원, 권준영 연구원. / 사진=노성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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