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개포택지개발지구 지정, 개포주공 등 2만여가구 조성
저층·초소형 아파트 서민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인식 강해
명문고 이전 정책으로 ‘강남8학군’으로 우뚝
2016년 분양한 단지, 올해부터 입주 채비 본격화
대치동과 함께 새로운 부촌 형성 기대

개포동 일대 재건축·재개발 추진 현황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개포동 일대 재건축·재개발 추진 현황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1960년대 말 서울은 주택난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대도시로 인구가 몰린 탓에 무허가판자촌의 난립했고 최악의 주거환경에 처하게 된다. 그 해결책으로 박정희 정부는 대대적인 아파트 개발 사업을 벌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전두환 정부까지 이어졌고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서울에서는 아파트 건설 붐이 일었다. 그로부터 30~40년이 흐른 지금 당시 지어진 아파트들은 변곡점을 맞이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통해 새 단장을 준비 중에 있다. 서울의 아파트 역사를 담고 있는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진행상황과 전망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강남권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개포동은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양재천의 영향으로 갯벌이 주를 이뤘던 지역이다. 개펄, 개패 등으로 불리다 개포(開浦)가 됐다. 정부는 1980년대 초 대규모 서민주거단지 공급을 위해 이 일대를 ‘개포택지개발지구’로 지정했다.

개포동 일대에는 개포주공, 개포시영, 일원현대 등 2만여가구의 아파트촌이 형성됐다. 대부분의 단지가 5층 이하로 초소형아파트로 지어졌다. 이에 따라 개포동은 초소형·저층 서민아파트 밀집동네라는 인식이 강했다. 교통·교육 등 강남 생활권 중심지과도 거리가 멀어 부동산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1980년대 중후반부터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강남 개발에 맞춰 강북에 몰린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명문 고등학교들을 강남으로 대거 이전시켰다. 개포택지지구 인근에는 경기여고, 숙명여고, 중동고 등 강북의 명문고들이 들어섰다. 이후 개포동 일대는 건너편에 위치한 대치동과 함께 ‘강남8학군’으로 불리며 승승장구 했다.

개포동 일대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부촌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힐 전망이다. 정부는 2015년 4월 재건축연한을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했다. 이에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에 단지가 형성된 강남 일대에서는 재건축 붐이 일었다. 노후화가 심했던 개포동 일대 개포택지개발지구도 2016년부터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냈고 분양도 활발히 이뤄졌다. 준공이 하나둘 완료되면서 개포동 일대는 현대식 고급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할 채비를 마친 모습이다.

개포동에서는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블레스티지’(사진)가 올 2월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한다. 이어 8월에는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1320가구)가, 내년 9월에는 ‘래미안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2296가구) 등이 집들이에 나선다. / 사진=시사저널e DB

개포동 일대에는 2022년까지 2만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하는 단지는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재건축·1957가구)다. 이 단지는 개포지구 첫 분양단지로 지난 2016년 1만건 이상의 청약 통장을 쓸어모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내달 27일 입주가 예정돼 있다.

오는 8월에는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아너힐즈’(1320가구)가 입주한다. 내년 9월에는 ‘래미안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2296가구)가 집들이에 나선다. 개포주공1단지(6642가구)는 주민 이주가 진행 중에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으로 시공을 맡은 이 단지는 2022년 9월 입주 예정이다.

개포주공4단지(3343가구)는 올 6월 분양을 앞두고 있다.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이 단지의 아파트명은 ‘개포그랑자이’다. 개포주공 5단지와 6·7단지도 새해 들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두 단지는 최근 강남구청에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승인을 신청했다.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개포택지개발지구에 속한 일원동에서는 일찌감치 입주가 시작됐다. 일원현대를 재건축 하는 ‘래미안 루체하임’은 지난해 11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2021년 7월에는 ‘디에이치자이개포’(주공8단지 재건축·1996가구)가 집들이에 나설 계획이다. 개포동과 일원동 일대 개포택지개발지구 개발이 모두 완료되면 약 4만가구의 신도시급 고급 아파트촌이 완성된다.

개포주공 1단지 건너편에 위치한 구룡마을 개발도 본궤도에 올랐다. 서울 강남권의 최대 규모 판자촌인 구룡마을(26만6304㎡)은 1970~1980년대 개포동 일대 개발로 집을 잃은 철거민 등이 집단촌락을 형성한 곳이다. 30여년간 사실상 방치해오다 2011년 서울시가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시는 다음 달 사업실시계획 인가를 내고 이르면 5월 보상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후 택지조성 등이 마무리되면 2700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다.

개포동 일대의 개발 기대감은 집값에도 반영되는 모습이다. KB부동산 ‘1월 단위면적당 아파트 평균가격’ 자료에 따르면 개포동은 현재 3.3㎡(약 1평)당 평균 8438만1000원으로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초구 반포동(6603만3000만원) ▲압구정동(6204만원) ▲서초구 잠원동(5775만원) ▲강남구 대치동(5313만원) ▲강남구 삼성동(4910만원) 등 보다 2000만~3000만원 가량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개포동이 양재천 건너편에 위치한 대치동과 함께 새로운 부촌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개포동 일대는 강남지역의 대표적인 노후 주거단지로 불려 왔으나 최근 각종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빠르게 진행돼 변곡점을 맞이했다”며 “정부 규제로 강남에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희소성도 갖출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어 “GBC 등 삼성동 개발로 인한 주변 수요까지 유입되면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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