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인상·세목신설 아닌 ‘우회 증세’ 지적···지난해 주류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논란과 비슷한 양상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하면서 ‘꼼수 증세’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 등 정통방식의 증세가 아닌 ‘과세표준’을 높이는 등 사실상의 증세가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류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논란 때와 비슷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과 공시가격과 주변지역의 매매가격의 차이가 심한 곳의 공시가격을 인상했다. 그 결과, 전국 표준단독주택가격은 9.13% 올라 12년만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가주택이 몰려있는 서울은 17.75%가 인상됐다.

현재 단독주택의 시세 대비 공시가격이 50~70% 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조세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고가주택의 공시가격을 ‘현실화’해야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정부는 중·저가 주택의 경우 향후 점진적으로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했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로 정부의 세수입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이 전년도 납부 세액의 150%, 2‧3주택 보유자는 각각 200%, 30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벌들이 소유한 초고가 주택의 경우 1억원 이상의 세부담 증가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용산구 이태원로 단독주택의 경우 지난해 공시가격이 169억원에서 올해 270억원으로 59.6% 올라, 이에 따른 보유세 부담은 2억4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고가 단독주택 위주로 세부담이 증가하지만 꼼수 증세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이 아니기 때문에 겉으로 봐선 증세처럼 보이지 않아도 평범한 납세자들 입장에서도 보면 이렇든 저렇든 같은 호주머니에서 나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재산세 과세표준 계산은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산출하기 때문에 세율을 건들이지 않고도 증세 효과를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우회 증세 시도는 과거에도 논란이 됐던 바다. 지난해 술에도 담배처럼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 명분은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화를 도모하고 가입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논리였다. 술에는 이미 원가의 72%를 가산한 주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 이를 합한 금액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되고 있어 파문은 더욱 커졌다. 건강증진부담금이 술 가격에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상 ‘간접세 부과’로 볼 수 있었다.

건강부담금이 부과될 경우 주류가격인상에 따른 시장위축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도 많았다. 결국 없던 일로 마무리됐지만 시장에 가하는 충격을 꼼꼼히 살피지 않은 정책 추진이었다는 비판이 정치권 안팎으로 거세게 일었다.

이번 공시가격 인상도 비슷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세부담 증가로 부동산 시장과 건설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향후 집값은 올라도 내려도 문제인데 특히 집값이 내려가면 대출에 따른 이자비용 상승 등 문제와 겹쳐 경기침체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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