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기술탈취 조사 나설 가능성 대두 되자 재계 ‘긴장’···“입법적 뒷받침으로 기술탈취 근절 힘 받을 듯”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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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대기업 기술탈취 문제에 대해 칼을 빼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거의 모두 중소기업의 패배로 끝났던 기술탈취 이슈들이 새로운 반전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를 주재하며, 특히 기술탈취 문제에 대해 강하게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한 중소기업 연구소에서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질 때 우리는 대기업에 기술을 빼앗긴 중소기업 사례를 계속해서 들어야만 했다”며 “우리도 골목에서 세계적인 요리사가 탄생하고, 골목에서 혁신적 발명품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올해는 대기업 기술탈취 문제가 주요 대기업 사정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그 주도적 역할을 할 곳으로 공정위가 부각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건설사 등 대기업 기술탈취 문제를 조사대상으로 삼고 들여다 볼 계획이며,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도 그 향방을 예의주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기업 인사는 “공정위가 대기업 기술탈취를 조사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보여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허나 기술탈취 문제는 기업 사정과 관련해서도 가장 입증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사건이 터질 때마다 거의 모두 대기업의 승리로 끝났다. 우선 ▲기술탈취에 대한 개념 자체가 애매하고 ▲ 대기업과 장기간 소송전을 벌이며 오히려 회사가 더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다 ▲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향후 대기업과 거래가 끊겨버리면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기술을 아는 직원이 대기업으로 이직할 경우 이뤄지는 기술탈취는 아예 예방 자체가 힘들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기술탈취를 당해도 적당히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울며 겨자먹기’로 매듭짓는 경우가 많았다는 전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술탈취 문제와 관련해 조정 및 중재위원회를 운영한다. 허나 피신청인이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조정자체가 불가능해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위가 기술탈취 문제에 대해 파고든다면 하도급 관계에 있는 부분을 들여다보게 될 공산이 크다. 여러 기술탈취 유형 중 공정위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부문이 하도급 관련 기술탈취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공정위가 해당 문제에 나서도 대기업의 회유 등으로 적당히 사건이 무마되는 경우가 많았다.

허나 올해는 이 같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대통령이 직접 강조한 만큼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고, 기술탈취에 대한 입법적인 뒷받침도 점차 탄탄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술탈취 문제를 꾸준히 추적해 온 박재영 국회입법조사처 산업자원팀 조사관은 “기술탈취 문제 해결을 위해선 대기업이 입증책임을 지게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해야한다는 이 두 가지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최근엔 이를 법안에 반영하고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만큼 공정위의 하도급관련 기술탈취 제재로 함께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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