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타푸르 공장 오는 9월 완공, 양산 시작···올해 소형SUV SP2 등 투입
현지 브랜드 이미지 제고, 수출 증대 및 현대차 시너지 효과 기대
내년부터 실적 기여 전망···단기적 실익보다 중장기적 거점 의미

기아차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인도 아난타푸르 직업교육 고등학교(ITI)에서 딜리 라오 아난타푸르 지역 정부 관계자, 마하부삐직업교육 고등학교(ITI) 학교장, 김도식 기아차 인도법인 경영지원실장 등 관계자 및 현지주민 포함 총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린 라이트 프로젝트’ 인도지역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기아차
기아차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인도 아난타푸르 직업교육 고등학교(ITI)에서 딜리 라오 아난타푸르 지역 정부 관계자, 마하부삐직업교육 고등학교(ITI) 학교장, 김도식 기아차 인도법인 경영지원실장 등 관계자 및 현지주민 포함 총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린 라이트 프로젝트’ 인도지역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기아차

 

해외 시장에서 반등을 공언한 기아자동차에게 인도공장이 새로운 실적 돌파구로 자리할지 주목된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뿐만 아니라 유럽 등 선진국에 대한수출 거점으로도 기대받고 있다. 인도공장 출고 판매효과가 단기적 실익으로는 돌아오기 어려울 전망이나, 주요국에서 판매 부진, 통상환경 악화 등 고군분투를 이어가는 기아차에겐 중장기적 핵심 기지 마련을 위한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가 2년여간 투자한 인도공장이 이르면 오는 9월 완공돼 첫 양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기아차는 지난 25일 열린 연간 경영실적 발표를 통해 인도 아난타푸르 공장은 현재 생산 설비 공정률이 90%까지 진척돼 올해 9월 양산을 목표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현지 시장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SP2’(프로젝트명)를 투입하고 현지 딜러 네트워크를 정비한다. 업계선 올해 우선 2만대 규모로 생산하고 내년 20만대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주우정 재경본부장 전무는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미국 시장의 텔루라이드 출시를 포함, 신차 효과와 인도 공장의 가동, 양산 등을 감안하면 올해 판매 목표대수인 292만대는 무리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2년간 기아차는 해외공장에서 부진한 판매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이후 중국공장의 판매 실적이 전체 실적의 등락을 좌우했다. 기아차의 중국공장 판매실적은 2015년 62만대, 2016년 65만대로 정점을 찍다가 2017년 36만대로 고꾸라진 뒤 지난해 37만대로 회복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로 인한 여파가 해를 넘겨도 희석되지 않은 모습이다. 여기에 중국 토종업체들의 선전도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기아차의 해외공장 출고판매 중 중국공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44%에서 2017년 29.9%로 급감, 지난해 30.0%의 점유율을 지속 중이다. 

미국공장의 판매 실적도 휘청이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 2015년까지 미국공장의 출고 판매량은 연간 37만대 규모였으나, 지난 2017년 29만대, 지난해 23만대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이에 기아차의 전체 판매 중 해외공장 출고판매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43.9%, 2015년 43.4%에서 2016년 48.6%로 올랐다가, 2017년 44.5%로 떨어졌다. 지난해도 45.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주요국 시장에서 실적이 흔들리자, 기아차는 성장세가 가파른 신흥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올해 완공되는 아난타푸르 공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현대차글로벌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9년 자동차 시장 전망’에 따르면 인도 자동차 시장은 매년 7~8%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인도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2015년 276만대 규모에서 지난해 338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7.6% 성장한 364만대 규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연구소 측은 내다봤다.

국내 업체는 물론,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인도 자동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유수의 업체들이 생산 투자를 공언한 한편, 인도 내수 1위인 일본 완성차 업체 스즈키는 지난해 중국 사업에서 철수하고 인도에 경영자원을 집중키로 했다. 사실상 수입차 관세율이 60%에 달하는 인도에선 현지 생산 체제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한편으론 현지 공장을 설립할 경우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제고되는 이점도 존재한다. 올 하반기 공장 가동을 앞두고 기아차도 인도에 사회공헌 사업 ‘그린 라이트 프로젝트’를 실시하면서 시장 진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연중으로 인도권역본부를 출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1~2년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선진국 시장 침체가 신흥시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만 인도는 예외적”이라며 “인도는 소득 수준이 상향되면서 중국형 모델로 이행하는 상황이다. 중국이 성장할 당시 세계 경제 침체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을 돌이켜 보면 인도 시장 역시 세계 시장 침체 여파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1998년 인도시장에 진출, 세를 굳힌 현대차도 인도공장 덕을 보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첸나이 공장 판매량은 전년(67만8000대) 대비 4.7% 증가한 71만대를 달성하며 중국공장(79만대) 다음으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인도법인 매출도 6조7920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 지난 2014년 인도법인 매출액(4조6367억원)에 비해 46% 증가한 실적이다. 올해 하반기 현대차는 1조원 이상 투자해 첸나이 공장을 증축, 연간 생산규모를 75만대까지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에게 있어선 미리 세를 굳힌 현대차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아차 인도공장 생산이 안정화될 경우 양사는 인도에서 연간 100만대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기아차가 현지 시장에서 본 궤도에 오를 때까지 양사가 공동 생산을 통해 현지 물량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차 인도공장은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수출하는 핵심 거점을 수행하는 까닭이다.

기아차는 인도 공장을 발판 삼아 실적 개선을 돌파할 방침이나, 수익 개선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양산을 시작할 경우 실질적인 출고 판매 효과는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기아차의 인도법인이 최근 부진한 경영 실적을 단기간 반전시키긴 어렵지만 향후 내수와 수출 거점으로 안정화될 경우 중장기적 성장을 도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인도공장에서 수익성이 바로 창출된다고 보긴 어렵지만, 높은 내수 성장률, 유럽과 같은 국가에 수출하기 좋은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은 충분하다. 인도공장이 완공될 경우 공장 물량이 내년부터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인 실적 구조에선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 차원에선 강점이 분명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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