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입장 이해 안가···제약협·업계, 업종 이미지 개선 시급

#1 과거 10여년전 보건복지부를 출입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의 일이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제약사 리베이트 행정처분 등 사후관리 업무는 보험약제과가 담당했다. 이에 무슨 사안이 발생하면 담당 사무관에 전화를 거는 일이 자주 있었다.

“사무관님, A행위는 리베이트인가요?” “리베이트입니다” “사무관님, B행위는 리베이트인가요? ”네 물론 리베이트입니다“ ”사무관님, C행위는 리베이트인가요?“ ”기자님, 제약사들이 의사나 약사들에게 주는 경제적 이익은 다 리베이트라고 보면 됩니다“      

#2 그 당시 모 제약사는 리베이트 사건으로 힘들어했다. 이에 해당 제약사 직원이 의약품정책과(현 약무정책과)의 관련 업무 사무관을 찾아가는 일이 있었다. 공교롭게 기자도 바로 옆에 있었다.

당시 담당 여자 사무관은 그 제약사 직원을 본인 자리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하며 다소 심하게 대했다. 기자는 그 광경을 보며 민망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제약사 직원은 지방 명문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 약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인물이다. 아들을 사립초등학교에 보낼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었고 업계 평판도 좋았다. 이 일을 복지부 고위층이 알았는지 몰랐는지 확인은 되지 않지만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약무정책과의 리베이트 담당은 여자 사무관이 지속적으로 담당해왔다.

이같은 사례는 보건의료 분야를 담당하는 복지부 직원들의 제약업종에 대한 인식을 일부 엿볼 수 있는 경우로 손꼽힌다. 보건복지부를 다소 어감이 야릇한 ‘보복부’란 약칭으로 부르는 의사들은 제약업종에 비하면 다소 낫다는 생각이다. 어찌됐든 복지부에는 의사 출신 공무원이 여럿 근무하기 때문이다. 그것에 비교하면 제약업종은 ‘갑을병정’의 병이나 정으로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9월 20일 감사원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과 조사4국이 진행한 세무조사 결과를 감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보고서를 공개하기 직전 해당 기관에 통보했고, 국세청은 뒤늦게 그 내용을 공유했다.

감사원 홍보담당관실은 최근 기자의 전화를 처음 받았을 때 관련기관 통보가 마지막 작업인 것처럼 언급했다. 이어 다음 통화에서는 “홈피의 보고서만 공개 가능하고 기관 통보 후 후속조치 등은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본인들이 도대체 얼마나 중요한 내용을 결정하고 기관에 통보했는지 모르겠다는 말투로 들렸다. 지난 2016년 가을 접대비의 증빙자료가 없다는 사유로 모 제약사는 세무조사를 받은 후 100억원 가까운 추징세액(추징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홍보담당관실 관계자는 “(접대비 증빙자료 첨부와 불법 리베이트를 수령한 의·약사에게 소득세 부과는 다른 업종이 아닌) 제약업종에만 한정되는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리베이트 수령 의·약사 소득세 부과는 일단 차치하더라도 접대비 증빙자료 첨부를 제약업종에만 한정하겠다는 발언은 다소 불공정하고 업종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물론 제약업 종사자들도 일부 반성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쉽게 설명하면 접대비 한도 내지만 증빙자료가 없으면 리베이트로 보겠다는 것이다. 제약업종은 리베이트 업종이므로 증빙자료가 없는 접대비는 무조건 리베이트로 봐야 한다는 당위성이 깔려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그러니 세무당국도 감사 결과만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으로 할 일을 다 끝낸 것이다. 이전에는 차마 행동에 옮기지 못했는데 감사원이 이렇게 지시하니 명분을 얻은 셈이다.
이같은 지침은 누구나 알고 있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어느 기관이 특정업종을 지정해서 한도내 접대비 증빙자료 첨부를 필수로 하라고 지시를 내릴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의약품 업무 주무부처인 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리베이트 판단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지난 연말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에 대한 2심 판결선고 내용처럼 리베이트를 준 사람과 받은 사람, 금액 모든 것이 정확히 확인돼야 리베이트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단순히 증빙자료가 없다고 접대비를 리베이트로 몰아붙인다면 특히 그걸 제약업종에만 한정한다면 로펌 소속 변호사만 바빠지고 돈을 버는 웃지 못할 심각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또 감사원 등 제약업종을 제외한 외부에서 판단하는 인식을 보다 완화시키는 방안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제약업계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최근 원희목 제약협회장의 신년기자간담회 자료를 보니 ‘제약산업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가 나와 있었다. 현실적으로 국민 신뢰가 없다고 생각하고 밑바닥부터 제약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더 빠를 수 있다. 그래야 감사원 인식이나 정책도 일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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