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응답 시간 끝난 후에도 줄서서 대면 질문 이어져
개인정보보호 영역에서는 힘없어
규모 작은 스타트업 규제샌드박스 신청도 쉽지 않아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 & 스페이스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규제샌드박스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 사진=변소인 기자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 & 스페이스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규제샌드박스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 사진=변소인 기자

 

“핵심은 소관 부처와의 협의, 명확한 사업목표입니다.”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 & 스페이스에서 정보통신기술(ICT)규제샌드박스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직접 관련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기업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노트북을 들고 와서 열심히 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설명회 책자에 끊임없이 필기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나른한 오후 시간임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참석자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차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규제샌드박스는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산업융합 및 ICT융합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근거법인 ‘산업융합촉진법’과 ‘정보통신융합법’이 시행으로 시작됐다. 현대자동차, 카카오페이, KT 등 유수의 기업이 첫날 이미 신청을 완료할 정도로 기대를 모았다.

관련 문의가 폭주하자 시행 첫날 오후 1시 44분에 ICT 규제샌드박스 홈페이지에는 “폭발적인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ICT 규제샌드박스 제도와 서류작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긴급설명회를 진행하겠다”는 공지가 게재됐다.

지난 24일 1차 설명회가 열렸고 25일 2차 설명회가 열렸다. 다음 달 1일에는 3차 설명회가 이어진다. 현재 3차 설명회 역시 신청이 마감된 상태일 만큼 ICT 기업들의 규제샌드박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차 설명회에는 약 90명, 2차 설명회에는 약 60명 정도가 참여했다.

◆ 핵심만 쏙쏙…설명회서 족집게 강의 이어져

설명회에는 신속처리, 실증규제특례, 임시허가 등 3가지 제도의 차이점과 관련 서류 작성법에 대해 다뤘다. 신속처리는 세 가지 중 가장 단순한 확인 제도로 기술과 서비스에 대해 시장출시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규제에 위배되는 부분이 없는지 원스톱으로 알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30일 이내에 회신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실증규제특례와 임시허가를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안전성이다. 안전성 검증이 필요한 서비스는 실증규제특례를, 안전성 검증이 가능하고 안전성이 확보됐다면 임시허가 제도를 이용해야 한다. 서비스 출시 전에 범위를 줄여 제한적으로 해보는 서비스라면 실증규제특례가 맞고 본격적인 출시를 코앞에 두고 있다면 임시허가가 맞다.

발표를 맡은 이창훈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하 NIPA) 규제샌드박스팀장은 “서비스에 대한 확실한 시나리오를 갖고 안전성을 입증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맞다”며 “이것이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가장 큰 취지”라고 강조했다.

현재 많은 문의가 이어지고 신청서 접수도 이뤄지고 있지만 대다수 신청서가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꼭 필요한 내용들이 많이 빠져있는데 이렇게 되면 심의위원회에 회부되기도 어렵고 회부되더라도 통과하기는 더 어렵다. 따라서 사전검토위원회에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 코칭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인력이 부족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계획서를 쓸 때에는 어떤 기술‧서비스를 할지 범위를 확정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규제에 해당되고 위배되는지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관련 소관부처를 분명히 해야 해당 부서와 얘기할 수 있다.

정부는 추후에 실증규제특례와 임시허가에 있어 마케팅 비용과 검증 부대비용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가 지원제도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광의 과기정통부 인터넷제도혁신과 사무관은 다음 달에 첫 결실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최대한 빠르게 심의위원회를 열어서 좋은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 개인정보보호‧한시성에 취약


설명회가 끝나자 SK텔레콤 직원은 규제샌드박스의 한시성에 대해 질문했다. 이 직원은 “규제샌드박스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데 그러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못하면 그 후에 서비스는 어떻게 되는가. 이용자 기반 서비스다보니 이용자가 있으면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상 서비스를 할 수는 없다. 법제도를 개선하도록 해당 부처에서 노력해야 한다. 최대한 협의해서 규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SK텔레콤 직원이 “결국 개정되지 못해서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면 이용자 불편에 따른 책임은 누가 지느냐”고 되물었고 이에 대해 김 사무관은 “그래서 제출 서류에 이용자 보호 방안이 들어있는 것이다. 그런 것까지 넣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빅데이터, AI,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기업의 서비스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이슈도 규제샌드박스가 해결해주기는 어려워 보였다. 인공지능 영상 인식 관련 사업자는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CCTV 데이터를 얻을 수 없다는 불편을 호소했지만 개인의 동의를 받을 때에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답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규제샌드박스팀 내에서도 개인정보 관련 사항을 가장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은 기술과 서비스는 규제샌드박스에서도 손볼 수 없기 때문이다.

◆ 기술‧서비스별 처세도 달라야


한 ICT 관련 기업 직원은 규제샌드박스라는 절차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을 보였다. 관련 업계에서 아직 선보인 적 없는 최초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이 직원은 자사가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하는 것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현했다.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이기 때문에 관련 규정이 없는데 오히려 신청을 통해 소관부처와 충돌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국내법이 없는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서비스를 선보일지, 국가 인증을 받을지는 회사가 전적으로 판단할 몫”이라며 “출시를 하면서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병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업체도 있다”고 귀띔했다.

만약 규제샌드박스로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소관 부처와 얼마간의 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소관 부처 공무원들도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좋은 성과를 내면 이익이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을 피력하면서 협상을 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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