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이라크 등 대규모 프로젝트 대기
정부, 임종석·한병도 동원 외교지원 나서
국제유가 반등세, 건설사 기대감↑
“성공 관건은 경쟁력 제고·위험요인 최소화”

중동 건설시장이 국내 건설사들의 ‘기회의 땅’으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수주 물량 확대와 국제 유가 반등세로 개선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중동 건설시장이 건설업계의 ‘기회의 땅’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해 UAE,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최근 미중 무역 긴장감 완화와 OPEC의 원유 감산 등으로 인한 국제 유가 반등세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여기에 정부의 외교지원은 국내 건설사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UAE·이라크 등 대규모 프로젝트 대기···정부, 지원사격 나서

2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해 중동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주액은 92억 달러다. 이는 2006년(95억 달러) 이후 12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미국발 중동제제와 업체 간 가격경쟁, 기준금리 인상 등 여러 악재가 맞물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에서 해외수주를 펼쳤다.

하지만 올해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시장에 거는 기대감은 남다르다. 중동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고 해도 과거 중동에서 수확한 대규모 물량에는 못 미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올해는 UAE(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의 자회사인 애드녹 리파이링은 35억달러(3조9000억원) 규모의 루와이스 가솔린·아로마틱스(GAP) 프로젝트를 발주했다. 삼성엔지니어링·CB&I 컨소시엄, GS건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 등이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1일 정부로부터 UAE 특임 외교특별보좌관으로 위촉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기존 UAE 고위 관계자들과의 친분을 활용해 국내 기업들의 수주를 적극 도울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외교 특별보좌관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오른쪽)을 각각 위촉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라크에 거는 기대감도 크다. 이라크에서는 지난 2014년까지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약 101억달러) 등의 굵직한 수주가 이어졌지만 2015~2017년 사이에는 IS 사태와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규모가 3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이라크 정부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가 재건을 위해 초대형 규모의 재건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예상 규모는 2700억달러(약 303조원)에 달한다.

규모가 큰 만큼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모습이다. 한병도 이라크 특임 외교특별보좌관(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주축으로 구성된 외교특사단은 이라크와 수교 30주년을 맞아 오는 28~30일 이라크를 방문한다. 한 특보는 압델 아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와 친분을 토대로 국내 기업들의 이라크 수주를 돕는 세일즈 외교를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특사단에는 현대건설, 한화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의 임원들도 함께 한다. 특히 현대건설은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정진행 부회장이 직접 나선다.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브레인’으로 꼽히는 정 부회장은 이달 초 취임 당시 해외건설에 주력하겠다고 공헌한 바 있다. 이라크 외에도 쿠웨이트, UAE 등을 방문해 중동시장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반등’ 건설업계 기대감↑···“중동수주 성공의 관건은 위험요인 최소화”

국제유가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시장에 기대감을 거는 요인이다. 국제유가(WTI 기준)는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배럴당 42.3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50달러(25일 기준 52.62달러)를 돌파했다. 미중 무역전쟁 완화 기대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 미국증시 상승 등 인해 유가가 안정화로 접어들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 가능성에 원유 공급 감소 우려감이 높아진 점도 반등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올 1월부터 시작된 OPEC의 감산 기조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을 포함한 산유국들은 올해 1월부터 일평균 120만 배럴 감산안을 이행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에 60만 배럴씩을 감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1년간 국제유가(WTI 기준) 변화 추이/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저유가를 경험한 중동국가들은 원유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 구조 개편을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유가 상승이 필요하다”며 “이번 감산으로 유가가 상승하지 않을 경우 추가 감산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추가적으로 생산하거나 시장의 원유 수요 둔화 가능성도 낮은 만큼 반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계에서는 OPEC 회원국들의 감산을 최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는다”며 “이로 인해 유가가 50~60달러 수주만 된다면 중동 국가들이 미뤄뒀던 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따라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는 중동 시장에서 손실을 피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위험요인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견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해외 프로젝트 관리 역량은 해외 선진기업의 약 7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위험관리 역량은 59% 수준이다.

이광표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3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해외 사업 손실을 교훈 삼아 기존의 저가 수주·리스크 감수 전략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사업에 대한 경쟁력를 확보하고 통합관리·위험관리·클레임관리 등 프로젝트 관리 분야에 대한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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