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은행 평균 27% 증가할 때 수출입銀만 55.6% 급감
수출입은행 “중소기업 대출 늘고 다른 상품 통해 지원 중”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 생산적 금융이 중요시되며 금융권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17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지만 수출입은행만 이에 역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매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과 특수은행들이 관련 대출을 늘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과 반대로 움직이는 상황이다. 기술금융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016년 10월 1607억원까지 증가하다 매년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기준 632억원을 기록했다. 직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56% 줄어든 수치다.  

기술금융대출은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보증·대출·투자 등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중소기업은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기술평가를 기반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은행권은 최근 가계대출 확대를 통한 이자이익에만 치중하고 기업 대출 확대 등 기업 활성화는 외면한다는 지적이 받았다. 이에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미래가치를 따져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도모하는 중이다. 

모든 은행들은 기술신용대출 규모를 매년 늘렸다. 국내 17개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166조495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35조원) 증가했다. 대출 건수로는 38만4562건이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 늘었다. 

특히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특수은행들도 모두 이 대출을 늘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54조76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다. 지난 2년 동안 103% 증가하며 담보 없는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 지원을 늘렸다. 

17개 국내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 규모. 매년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 자료=은행연합회
수출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 2016년 이후 감소세를 유지 중이다. 지난해 11월 대출 잔액 632억원으로 최근 2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 사진=시사저널e

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 규모도 같은 기간 4조15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6% 증가했다. 2년 동안 3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의 해당 대출은 지난해 11월 4조7647억원을 기록해 11%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6.2% 증가하는 등 전체적으로 기술이 있는 기업에 대한 대출 규모를 늘리는 중이다. 수협은행의 기술신용대출도 6440억원으로 1년 사이 30% 증가했다. 2년 동안 202% 크게 늘었다. 

시중은행도 관련 대출을 늘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24조19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22조1422억원을 기록하며 18.6%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19조9805억원으로 29% 늘었다. KEB하나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9조1005억원으로 31%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금융권에 형성됐다”며 “기술이 있는 기업에 대한 대출 공급이 더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의 기술신용대출은 2016년 10월 1607억원을 기록한 후 2017년 11월 1304억원, 2018년 11월 632억원 등 매년 감소세를 보였다. 대출 건수도 2016년 80건에서 작년 11월 34건으로 반절 이상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자금지원 규모가 지난해 말 9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000억원 늘고 중소기업 대출 비중도 증가했다”며 “기술금융 외에 다른 정책금융상품이 있어서 고객들이 필요에 따라 다른 상품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줄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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