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익 74.8%↑···통상임금 소송 관련 기저효과
6년째 영업이익률 하락···2016년 比 영업이익률 2.6%포인트↓
SUV 위주 신차 출시·중장기 원가절감 협의체 꾸려 수익성 회복 총력

기아차 엠블럼/ 사진=연합뉴스AP
기아차 엠블럼/ 사진=연합뉴스AP

 

기아자동차가 지난해 영업이익을 1조원대로 끌어올리며 한숨 돌린 모습이다. 다만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기저효과에 불과할뿐, 여전히 매년 저점을 모르고 고꾸라지는 영업이익은 수익성 확보에 적신호를 밝힌다. 판 만큼 벌지 못하자 추락하는 영업이익률은 맏형 현대차와도 궤를 함께 하는 대목이다. 

환율 악재 및 통상환경 불확실성과 같은 대외변수에 올해 업황도 녹록치 않다. 그러나 기아차는 중국, 미국에서 보다 확실한 회복을 공언하고 나섰다. 신차 효과에 힘 입어 몸집을 키우는 반면 해외 재고 건전화, 판촉비 효율화를 통해 반등 모멘텀을 이뤄내겠다는 복안이다.

25일 기아차는 서울시 양재동 기아자동차 본사에서 컨퍼런스콜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지난해 매출액 54조1698억원, 영업이익 1조157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각각 1.2%, 74.8% 증가한 수치다. 사실상 영업익 성장세는 지난 2017년 기아차가 통상임금 관련 패소로 인해 영업익 6622억원을 기록한 데에 따른 기저효과에 가깝다.

다만 기아차는 여기에 지난해 확대된 자동차 판매량도 적잖은 공을 세웠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기아차의 도매 기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280만9205대를 기록했다. 국내서 2.0% 증가한 52만8611대, 해외서 2.5% 늘어난 228만594대가 팔렸다. 미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판매가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1.8% 증가하는 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수치상 판매 회복세는 더 가파르다.

내수에선 K3, K9의 신차효과와 K5, 카니발 등 상품성 개선모델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4년 연속 50만대를 돌파했다. 유럽시장(49만1797대)에서도 씨드의 신차효과와 니로, 모닝에 힘 입었고 중남미, 중동, 아이사 등 기타시장(82만8212대)에서도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중국(37만2대)에선 쯔바오, 이파오 등 현지 전략 모델을 앞세워 전년 대비 판매량이 2.8% 증가했다. 다만 미국에선 수요 둔화와 승용 모델의 약세로 전년 대비 1.7% 줄어든 59만583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효자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전체 판매량을 견인한 모습이다. 기아차는 판매단가가 높은 레저용차량(RV) 등 고부가가치 차종을 팔아치우며 전년 대비 1.2% 증가한 54조169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판매 비중 역시 승용 차급에서 SUV 차종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제외 현지판매 기준 기아차의 차급별 판매 비중은 레저용차량(RV)의 비중이 40.3%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올랐다. 그간 판매를 견인했던 소형‧중형차급 A,B,C 세그먼트 판매 비중은 43.4%로, 전년 대비 1.8%포인트 비중이 하락했다. 올해도 기아차는 국내외서 SUV 판매대수를 지켜낼 방침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작년에선 내수에선 기아차의 SUV 판매 비중은 43.2% 였다”며 “올해엔 내수에서 출시가 예정된 신차 ‘SP2’와 하반기에 모하비 상품성개선모델로 약 1.2%포인트 증가시켜, SUV 비중을 44.4%까지 확대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판 만큼 못 버는 현대‧기아차…영업이익률 나란히 추락

현대·기아차 모두 판 만큼 벌지 못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판매는 소폭 증가했지만 수익성 부진의 골도 함께 깊어졌다. 매년 급락하는 영업이익률은 한 지붕인 현대차도 궤를 함께 한다. 양사는 원·달러 환율 하락, 주요 신흥국 통화 약세 등 비우호적 환율환경에 통상환경 악화 등 대외 변수를 실적 부진의 요인으로 꼽지만, 매년 하락하는 영업이익률은 수익성 확보 문제를 더욱 가시화한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나마 기아차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 영업이익률도 2.1%를 기록하며 미미하게나마 끌어올렸다. 다만 이는 전년 통상임금 패소에 따른 기저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2012년 3조5222억 ▲2013년 3조1771억원 ▲2014년 2조5725억 ▲2015년 2조3543억 ▲2016년 2조4615억원을 기록했다가 지난해엔 통상임금 패소에 따른 손실 처리로 6622억원을 기록했다. 통상임금 관련 이슈가 없던 2016년 영업이익(2조4615억원)과 비교하면 1조원 이상 깎여나간 반토막 성적이다.

◇“올해도 SUV”···기아차, 수익성도 챙길까

이에 기아차는 올해 신차 효과를 기대하는 동시에 수익성도 붙잡을 방침이다. 올해 판매목표는 다소 보수적으로 책정됐다. 자동차 전체 도매 판매 목표는 292만대 판매다. 지난해 실적보다 3.9% 증가한 수치다. 사실상 판매 확대 보다 수익성 확보 전략에 역점을 둘 것으로 관측된다.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은 “신차 효과를 고려하고 인도공장 양산 감안하면 292만대 도매기준, 소매기준 209만4000대의 목표는 크게 무리하지 않은 목표”라며 “전동화 투자와 함께 수익성 확보도 전제 돼야하는 상황이다. 중장기 원가절감 협의체를 추진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올해부터 당장 원가절감 효과를 거둬들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요 시장인 미국, 중국에선 보다 뚜렷한 반등을 공언하고 나서 주목된다. 올해 기아차의 미국, 중국시장 도매 판매 목표치는 각각 전년 대비 3.3%, 10.8% 올려 잡은 61만대, 41만대다. 올해 중국에서 신형 K3를 출시하고, 미국에서 대형 SUV 텔루라이드, 신형 쏘울, SP2 등 4개 차종을 투입하는 만큼, 볼륨차종 판매를 통한 반전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그간 이익 발목을 잡았던 재고 건전화, 현지 판촉비 효율화를 꾀할 방침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제일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시장은 중국시장”이라면서도 “지난해 장기재고를 신차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건전화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딜러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고 있으며 올해 출시되는 신형 K3 등 신차로 제품군 효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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