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조선사뿐 아니라 중·소 조선사들도 함께 일어서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적자만 안 나면 돼”

국내 조선업이 부활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수주 가뭄을 이어오다 지난해 반등에 성공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2018년도 국가별 선박 수주 실적`을 최종 집계한 결과 세계 선박 발주량 2860만CGT 가운데 한국이 1263만CGT를 수주해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올해도 연초부터 연이은 수주 소식을 전했다. 현대중공업이 1550억원 규모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6척을 계약했다. 국내 조선업은 예전의 수주량을 회복한 데다 수익성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세계 발주량에서 국내 조선업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94%, VLCC는 87%의 수주점유비중을 차지하며 고부가 주력선종에서 확고한 우위를 나타냈다.

그러나 외형뿐 아니라 내실을 다지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수준 높은 기술력을 앞세워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험한 성장형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 만난 업계 한 전문가는 “어쨌든 바닥을 찍고 업황이 회복 중이라는 것은 좋다. 일감이 없는 것보다는 당연히 많은 게 좋다”면서도 “문제는 우리가 더 성장할 수 있는데도 준비를 안 한다는 사실이다. 대형 조선사뿐 아니라 중‧소 조선사들은 당장이라도 수주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낭만적 의미에서 중·소 조선사를 살려야 한다는 게 아니다. 실제로 세계 시장을 보면 중형 선박들에 대한 수요가 있고, 또 국내 중·소 조선사들이 수주할 수 있는 기술력과 역량도 있다. 중국의 저가 수주에 밀린다는 건 부분적인 얘기”라고 덧붙였다.

국내 중·소 조선사는 지난 2008년 조선업 불황에 따른 타격을 고스란히 입었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중견 조선사의 수는 3~4개에 불과하다. 과거 조선업 호황 시절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조선업은 조선사, 기자재업체, 협력업체가 맞물려 돌아가는 형태다. 중·소 조선사가 망한다면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중·소 조선사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과거 중형 조선사를 경영하다 현업에서 물러난 조선사 대표는 “내가 아쉬운 게 있어서 중·소 조선사 살려야 한다는 게 아니다. 현재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다. 잘 살 수 있는데도 죽어가는 게 보기에 안타까워서 그렇다"고 했다.

취재를 돌아다니며 “정부에 조선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조선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통찰할 만한 정책이 부족하다는 얘기였다.  특히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조선업이 흑자가 날 필요도 없다. 적자만 안 나면 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고용증가를 통한 경제 선순환효과 자체가 이익이란 의미다. 정부와 업계 그리고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냉철하게 조선업 미래를 짚어보는 자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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