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노동자·자영업자, 최저임금 결정방식 변경 두고 “대기업 상생, 사회보장제도 개선 없으면 의미 없다”
“새 최저임금 결정기준 ‘기업지불 능력’ 객관성 없어”

24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일하고 있다. / 사진=이준영 기자
24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일하고 있다. / 사진=이준영 기자

올해부터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 바뀌지만 최저임금 이해당사자인 최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 등 사회적 을(乙)들의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현장 의견들이 나왔다.

구조적으로 기업들이 직원 임금 인상과 채용을 꺼리고 사회보장제도가 뒷받침돼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제도만 바꿔봐야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 자체도 사회적 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바꾸겠다며 지난 7일 초안을 내놨다. 최근 2년 연속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사회적 갈등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최저임금 이해당사자인 최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 간 갈등이 깊었다.

정부가 발표한 초안에 따르면 기존의 최저임금위원회를 이원화한다. 노사정이 추천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를 두어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결정한다. 이후 노사공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가 이 구간 안에서 인상 수준을 정한다. 

그러나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 바뀌더라도 을들의 갈등은 여전할 것이라는 의견들이 나왔다.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이 아무개씨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 바뀐다고 해서 자영업자들에게 좋아질 것 같지 않다. 정부는 임금 인상 기조를 유지하면서 1만원까지 최저임금을 올릴 것”이라며 “반면 대기업들은 돈을 벌기만 하고 사회적 투자나 직원 임금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편의점 본사는 점주들과 상생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최저시급자와 자영업자 등 을들만 계속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초원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운영위원은 “한국의 미약한 사회보장제도 하에서 단지 최저임금 자체만으로 저임금 노동자 삶을 보호하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정부는 사회보장제도 강화와 함께 최저임금 개편을 논의해야 사회적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10.4%(2016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34위다. 전체 평균(22%)의 절반이 안된다.

한국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을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최대 기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회원국 중 가장 짧은 수준이다. 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최대 실업급여 수급 기간은 7개월이었다. 비교 대상 29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짧았다.

실제로 현장의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자영업자와의 갈등을 원치 않지만 한국의 낮은 복지 수준에서 최저임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 서초구의 한 파리바게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 아무개씨는 “요즘처럼 직장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시급 노동자들이 생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아르바이트생 근로시간이 줄거나 인력이 줄지 않는 선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 자체 문제가 사회적 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정부는 초안을 통해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고용 수준과 기업 지불능력을 새로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만 결정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기업 지불능력은 객관화하기 어렵다며 사회적 논란을 가중시킨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영희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기업 지불능력은 전 국민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에 적용 시 어떤 업종, 어떤 기업의 지불 능력으로 볼 것이냐는 문제가 생긴다”며 “기업 지불능력을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포함하면 객관적 증거 없이 최저임금을 낮출 수 있다. 이는 정치적 수사로 활용될 수 있고 부작용도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파리바게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씨는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새로 넣으려는 기업지불 능력이 기업 목소리를 더 듣는 것이라면 노동자들에게 불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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