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갈등 모두 봉합···페이밴드 등 핵심 쟁점만 TF로 넘겨
노사 “고객 생각해 합의 볼 수 있었다”
차후 지배구조 개선 두고 노사 대립 예상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 노조의 총파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 노조의 총파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19년 만의 총파업으로 번졌던 KB국민은행 노사 갈등이 임금단체협상 잠정 합의를 통해 마무리됐다. 최근까지 노사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2, 3차 파업이 예고되는 등 갈등은 첨예했다. 노조는 “파업은 고객 피해를 유발한다”는 우려에 공감해 파업 철회를 결정했다. 이어 노사가 임단협 잠정 합의도 끌어내며 국민은행은 정상화를 되찾았다. 

24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제1조정회의실에서 사후조정을 진행한 끝에 오후 10시쯤 중노위의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 있었던 한 노조 관계자는 “밤을 새우거나, 합의가 안 될 것을 예상했다”며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 있었던 것은 노사 모두 이 상황이 길어져 봐야 고객 피해만 커질 뿐이라는 데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노사, 쟁점 사안 합의점 모두 찾아내

국민은행 노사는 이번 합의안을 통해 L0 직군(창구전담 직원) 처우 문제, 페이밴드(호봉상한제) 문제 등과 관련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인사제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5년간 운영하고 TFT가 종료될 때까지 합리적인 급여체계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2014년 11월1일 이후 입행한 직원에 대한 페이밴드 상한을 각 직급별로 현행 대비 5년을 완화하기로 했다. 

임금피크는 부점장급·팀장 팀원급 모두 만 56세가 되는 날의 다음달 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 경우 팀장, 팀원급은 재택 연수 6개월을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부점장급은 만 55세 생일 다음달부터, 팀원·팀장급은 만 55세가 된 다음해부터 임금피크를 각각 적용한다.

점포장 후선보임 제도는 비율 축소를 노력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 외에도 노사는 전문직무직원의 무기계약직화, 중식시간 1시간 보장 PC오프제 실시(월 8일 예외, 2019년 상반기부터 4일 추가), 주 52시간 대비 근로시간관리시스템 도입 등에도 합의했다.  

KB국민은행 1차 총파업이 끝난 9일 오전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입구에 '고객님께 올리는 감사의 말씀'이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KB국민은행 1차 총파업이 끝난 9일 오전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입구에 '고객님께 올리는 감사의 말씀'이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 “고객 피해는 막자” 

국민은행 노사는 “국민과 고객의 피해를 막아야 했기에 잠정 합의를 도출한 것”이라고 했다. 

노조가 지난 8일 총파업을 벌이며 이날 하루 동안 국민은행 지점에선 직원 부족으로 인한 고객 피해가 발생했다. 조합원 8000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다만 인터넷, 모바일 뱅킹이 상용화돼 예금, 이체 등 간단한 금융 업무에선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파업이 길어질 경우 대출, 투자 관련 상품 가입 등에선 고객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임단협 잠정 합의에)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국민과 고객 피해를 생각해 노사 양측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결단을 내렸다”며 “노사는 향후 조직 내 갈등을 봉합하고 노사 양측의 발전적 협력방안을 모색하자고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을 믿고 거래하고 계신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한다는 데 노조와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허인 행장도 “미래 지향적인 노사 관계를 바탕으로 ‘고객이 중심이 되는 국민은행’을 만들어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차후 지주사 지배구조로 노사 대립 예상 

극적으로 국민은행 노사가 임단협 잠정 합의를 이뤄냈지만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노조가 지주 사외이사를 추천할 예정이라 지배구조를 놓고 노사가 대립적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과 KB금융노조협의회(이하 KB노협)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백승헌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주주 제안한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과 KB노협은 이번 주주제안을 위해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한국노총 등 4개 단체에 사외이사후보 추천을 의뢰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추천한 백 변호사를 최종 사외이사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백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2006~2010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1988~2004년), 대검찰청 검찰개혁 자문위원(2003~2004년), 한겨레신문 사외이사(2001~2005년), 한국방송공사 이사(2005~2006년) 등을 역임했다. 현재 사단법인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이사장으로 활동한다. 

류제강 우리사주조합장은 “청년 채용 비리로 부하 직원들이 금고형을 받는 등 KB금융이 사회적 물의를 빚었고 ‘회장 셀프 연임’과 ‘참호 구축’의 기업 권력 독점으로 금융위원회와 금융행정혁신위원회로부터 제도 개선 권고를 받기까지 했으나 실질적인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과 KB노협은 2017년 11월 임시주주총회와 2018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하승수 변호사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를 사외이사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상법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권리이기 때문에 검토 후 안건에 상정되면 해당 결정은 주주들이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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