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하며 성장하는 계기돼
기획 구체화하고 취재 유의사항 알아야

“우리 좀 더 넓게 세상을 보자. 우리도 오픈하자. 이렇게 잘생기고 예쁜 사람 많은데······. 우리만 못 그러고 있는 것 같네.”

성소수자부모모임 송년회를 끝내고 문을 나서자마자 비성소수자인 동료 기자가 한 말이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송년회는 성소수자 당사자와 부모, 선생님, 친지들이 모여서 한회를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취재를 위해 참석한 자리였지만 짧은 시간에도 끈끈함과 돈독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성소수자를 취재하면서 크게 변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취재하던 기자들이었다. 처음 주제를 마주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던 기자들이었다. 이런 막막함을 풀어내기 위해 많이 만났고 많이 들었다. 그리고 주말까지 쪼개서 사비로 구입한 퀴어 관련 도서까지 읽기에 이르렀다. 동료기자가 줄 그어놓고 접어놓은 페이지를 보며 왠지 모를 감격을 느끼기도 했다. 그 부분을 서로 공유하고 공부하면서 기자들은 성소수자들에 더 깊은 애착을 갖게 됐다.

성소수자를 취재하거나 조사하길 원하는 이들이라면 꼭 먼저 사이트를 꼼꼼히 살피고 취재 요령도 미리 읽어볼 것을 권한다. 생각보다 성소수자 관련 단체는 한정적이고 취재 요청은 많다보니 이런 주의사항이 마련돼 있는 곳이 많았다. 또 취재를 탐탁치않아 하는 곳도 있다. 무턱대고 연락을 했다가 꽤 호된 반응을 얻기도 했다.

한 인권운동가는 우리에게 구체적인 질문과 취지를 요구했다. 그냥 퀴어 취재가 아닌 어떤 퀴어의 이야기가 듣고 싶은지, 어떤 목적을 갖고 기획을 하는지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때부터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정말로 우리가 담고 싶은 이야기가 무얼지.

‘보통의 연애’에 집중했다. 특이하고 원색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우리 주변에 함께하고 있는 이들의 그냥 연애 말이다. 그것이 때로 아프고 힘들지라도 감정만큼은 보편의 것과 같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담담하면서도 진짜의 이야기를 담아내길 바랐다. 기획의도를 구체화하기 위해 공동 취재하는 기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맞댔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성소수자들이 해준 말들은 꽤 깊은 울림을 줬다. ‘편의상 게이’라고 밝힌 한 성소수자는 게이라고 해서 여자에게 일말의 감정도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알려줬다. 스펙트럼 이론처럼 양극단에 위치한 사람도 있지만 어느 정도 기울어진 성적 지향이 있는 이들이 더 많은 셈이다. 말 그대로 편의상 자신을 정의하는 거다.

“부모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만난 한 아버지는 부모가 완벽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달라고 강조했다. 부모는 자식 앞에서 한 없이 훌륭할 것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그들도 생각지 못한 문제나 난관에서 무너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커밍아웃이 그런 일이다. 물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부모도 있다. 다만 모든 부모에게서 당연히 기대하는 것은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

이름부터 온기가 느껴지는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제일 따뜻했다. 이 모임은 기자들은 물론 모든 이들을 품어주는 둥지 같은 곳이었다. 지난 한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린 8번의 퀴어문화축제를 다 따라다니며 응원한 대단한 분들이다. 우리나라 부모님의 자식사랑이 가장 멋있게 승화된 곳이었다.

3주간의 프로젝트는 결코 길지 못했다. 좌충우돌을 겪으며 어느 정도 다듬는 시기에 불과했다. 기독교 재단인 학교에서 나홀로 성소수자들을 지지하며 연구를 포기하지 않는 교수님처럼 프로젝트가 끝났더라도 취재와 관심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훗날 더 괜찮은 기사를 쓰게 될 날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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