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경영 일선 복귀 후 현장 중심 행보 이어가
뉴롯데 위한 동남아 거점으로 '인도네시아' 유력
신년 첫 출장은 일본 선택···신동주 자필 편지가 도화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현장경영에 속도를 내면서 뉴롯데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 회장은 최근 다시 불거진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뉴롯데 비전을 향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2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후 현장 중심의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출소 후 가장 먼저 신 회장은 인도네시아로 떠나 유화단지 건설 프로젝트를 점검했다. 인도네시아는 향후 롯데의 글로벌 화학 사업을 이끌 거점 국가로 평가받는 곳이다.

신 회장은 인도네시아에 신규 유화단지가 완공되면 롯데의 화학부문이 거대 시장을 선점하고 동남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 회장은 "유화단지 프로젝트를 계기로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를 적극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 관계자 역시 인도네시아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하며 “(인도네시아는) 롯데 화학부문의 주요 해외 거점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최근 각종 사업의 철수가 진행 중인 중국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08년 롯데마트를 통해 인도네시아에 첫 진출한 이후, 현재 롯데백화점, 롯데케미칼, 롯데지알에스, 롯데컬처웍스 등 10여개 계열사에서 90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유화단지 건설을 계기로 롯데첨단소재는 인도네시아 ABS 생산업체 인수 및 신규 공장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신 회장의 경우 현재 ‘한·인니 동반자협의회’의 경제계 의장직을 맡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롯데를 위한 거점으로 동남아를 찍은 신 회장의 신년 첫 해외 출장은 의외로 일본이었다. 지난해 구속 수감된 이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신 회장의 일본 출장에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더욱이 신동주 전 부회장의 화해 편지가 공개된 이후 곧장 일본으로 떠난 터라 신 회장의 행보를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화해편지'가 오히려 신 회장이 한일 롯데 통합경영을 견고하게 만드는 행보로 이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의 화해편지가 겉으로 보기에는 경영권을 두고 불거진 내홍을 봉합하기 위한 제스처로 보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한일 롯데 경영권 분리를 염두한 꼼수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실제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일본 롯데 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된 후 소송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영복귀를 시도했다. 신 회장 측은 신 전 부회장의 자필편지의 의도를 간파하고 단칼에 거절했다. 

뒤숭숭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로 일본 출장이 이뤄졌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신 회장의 일본 출장은 일본 롯데경영진과 주주들의 신임을 공고히 하고 한편으로는 잊을만하면 등장해 여론까지 흔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복귀설을 일거에 제거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구속된 이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기 때문에 일본 롯데의 경영공백 상태가 한국 롯데보다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본 롯데에 대한 지분을 여전히 상당량 갖고 있기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이 움직임이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31층 강당에서 과거 사장단회의로 불리는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주재한다. 8개월여의 구속수감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경영에 복귀한 신 회장으로서는 1년 만의 사장단회의 참석이다. 롯데 각 계열사의 대표와 지주사 임원 등 100명가량이 참석한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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