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하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 왔다

걸그룹 에이핑크 오하영과 함께하는 ‘FIFA 온라인 4’ 게임 방송 화면 / 사진=넥슨
걸그룹 에이핑크 오하영과 함께하는 ‘FIFA 온라인 4’ 게임 방송 화면 / 사진=넥슨

최근 게임업계가 ‘Z세대’를 잡기 위한 영상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영상에 익숙한 Z세대들을 포섭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과거 ‘하는 게임’이 각광을 받았다면 이제는 ‘보는 게임’이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속에서 게임사들의 영상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Z세대(1990년 중반에서 2000년 중반에 태어난 세대)는 이미지와 글자 중심의 플랫폼보다는 영상에 익숙한 것이 특징이다. 앱 분석기관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유튜브는 국내 모바일 앱 사용 시간의 86%를 점유했다. 유튜브 열풍 속 `브이로그(vlog)’의 인기도 심상치 않다.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평범한 일상을 영상으로 녹여낸 콘텐츠를 말한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게임사들은 영상 콘텐츠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를 활용한 가상 걸그룹 ‘K/DA’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1억5000만건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넥슨은 게임업계 핵심 연령층으로 떠오른 Z세대를 겨냥해 브이로그 콘셉트를 활용한 신작 모바일게임 ‘스피릿위시’ 마케팅에 나섰다. 산책, 요리, 연주, 친구, 신년 등 배우 신세경의 평범한 일상을 활용해 만든 유튜브 영상은 오는 30일까지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구독자들은 신세경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친밀감을 형성하고 캐릭터, 아이템 등 정보를 얻어갈 수 있다. 

넥슨은 또 공식 트위치 채널인 ‘겜믈리에’를 직접 개설해 게임 팬들과 다양한 소통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 동안 인기 걸그룹 에이핑크 오하영과 프로게이머 정성민 선수가 참여하는 ‘FIFA 온라인 4’ 생중계 방송을 선보였다. 축구게임 초보인 오하영이 방송을 거듭할 때마다 점차 향상되는 게임 실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광택 넥슨 커뮤니케이션본부 홍보실 실장은 “지난 몇 년 사이 게임 시장에서 ‘보는 게임’ 트렌드가 빠르게 자리잡았다”며 “유저들의 관심사를 소재로 게임 콘셉트에 맞는 다채로운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컴투스도 최근 출시한 모바일게임 ‘댄스빌’ 홍보와 관련해 영상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컴투스는 K-POP 가수들이 출연해 글로벌 팬들과 소통하는 유튜브 토크 프로그램 MBC플러스 ‘쇼! 챔피언 커튼톡’에서 ‘댄스빌’을 활용해 출연자들이 퀴즈를 맞히는 ‘1초컷 댄스댄스’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자료=컴투스
자료=컴투스

아울러 컴투스는 뮤직 크리에이터 오땡큐와 넵킨스가 댄스빌로 직접 작곡한 새로운 음악 작업을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통해 각 4편에 걸쳐 공개할 예정이다. 펄어비스도 최근 검은사막에서 새롭게 선보인 ‘그림자 전장:배틀로얄’과 관련해 인기 스트리머 풍월량, 홍진호, 대도서관 등이 참여한 셀럽 대전 이벤트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게임을 ‘하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게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만족감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평소 게임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전국 만 19~34세 남녀 5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10명 중 7명은 주기적으로 게임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시청빈도는 평균 주 2.1회였다. 남성일수록, 나이가 낮을수록, 게임 이용량이 많을수록 게임 영상 콘텐츠 시청량도 함께 증가했다. 이들이 게임을 보는 주요 채널은 유튜브(80.6%)였으며, 아프리카TV(34.3%), 네이버TV(22.7%)가 뒤를 이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김영기 수석연구원은 “이제 게임은 ‘직접 하는 것’을 넘어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고 ‘게임리그를 직관’하며 ‘프로게이머와 게임 BJ를 덕질’하는 등 종합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특정 게임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상 콘텐츠 시청이나 직관하기 적절한지 등을 게임 제작과 마케팅 단계 전반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사들의 영상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게임만 잘 만들면 됐지만 이제는 유저들을 끌어 들이기 위한 홍보 영상도 상당히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게임사들의 영상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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