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전 미세먼지 23㎍/㎥ 보통 수준에도 거리는 한산
기상청 “올 겨울 한파 물러가면서 미세먼지 농도 높아지는 패턴 계속될 것”
정부, 오는 2월15일 미세먼지 특별법을 시행···민관 공동으로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 출범

2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강남역 푸드트럭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2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강남역 푸드트럭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추위에 미세먼지까지...매출 떨어지는건 둘째 치고 마스크 없이는 장사 못해요.”

올 겨울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에 22일 서울 강남구 거리는 사람들 발길이 뜸했다. 이날 서울 오전 기준 초미세먼지 농도는 서울 1㎥당 23㎍(마이크로그램)으로 보통 수준이었지만 거리 곳곳은 여전히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 강남구 강남역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A씨는 큰 한숨을 쉬었다. 겨울임에도 큰 추위가 찾아오진 않았지만 최근 초미세먼지가 덮치면서 하루 매출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일 저녁 또는 주말이 되면 강남역 골목은 놀러 나온 사람들로 붐비지만, 미세먼지로 푸드트럭을 찾는 사람들은 줄고 있다.

A씨는 “요새 겨울인데도 날씨가 풀린 탓에 골목마다 항상 사람들이 많아서 매출을 기대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길거리 음식을 찾는 사람들은 적은 편”이라며 “외부에 노출된 채 장사를 해야 하는 우리 같은 노점상들은 초미세먼지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A씨는 “매출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우리에겐 매출이 만원만 차이나도 큰 것”이라며 “미세먼지가 너무 심하니까 마스크를 끼고 일하고 싶은데 우리가 마스크 끼고 음식을 팔면 누가 사먹고 싶겠냐”고 덧붙였다. 심한 미세먼지가 거리에 뒤덮여도 노점상들은 장사를 접을 수도 없고 마스크 등을 끼고 일할 수도 없어 미세먼지를 고스란히 마시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역에서 학원을 다니는 김아무개씨(22)는 “작년엔 학원 쉬는시간이나 학원 마치고 친구들이랑 길거리 음식을 사먹곤했는데 요즘엔 미세먼지 때문에 꺼려진다”며 “미세먼지가 많을 때는 아무래도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강남역 인근 노점상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2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강남역 인근 노점상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같은 구역 양말 등 잡화를 팔던 상인 B씨는 “오늘은 그래도 날씨가 맑고 미세먼지도 괜찮은 것 같은데 하루 종일 일하다보면 눈도 목도 아파서 창문을 닫은 채로 일하고 있다”며 “창문을 닫고 일하다보니 손님들이 영업 안하는 줄 안다. 매출이 떨어지더라도 미세먼지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 신사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손님이 많을 것 같던 점심시간 이후에도 길거리 사람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끼고 발걸음을 재촉했고, 상인들은 매대를 실내 매장으로 옮기기 바빴다.

길거리에서 액세서리를 파는 상인 C씨는 “작년 가을에는 거리에 악세서리 등을 내놓고 팔곤 했는데 요새는 미세먼지 때문에 목이 아파서 손님들이 비교적 많은 저녁에만 매대를 야외에 놓고 팔고 있다”며 “손님들이 없는 낮엔 최대한 미세먼지에서 피하고자 실내서 팔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당국은 한파가 물러가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패턴이 올 겨울 동안 반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당장 장사를 해야 하는 상인들을 위한 대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모양새다.

서울시 대기정책과는 “취약계층 특히 영유아, 노인 등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에겐 마스크를 보급하는 등 미세먼지가 심한 날 행동요령이 있지만 민간, 개인 영역은 미세먼지 위험성, 마스크 착용 필요성 정도를 홍보하는 정도”라면서 “특히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관련 정책도 아직 마련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정부는 오는 2월15일 미세먼지 특별법을 시행하고, 민관 공동으로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가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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