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주택사업에 부정적 인식 여전” vs 삼성물산 “수주 시장 깨끗해져 다시 들어갈 때라 판단”
3주구 참여 기존 수주 물량 인식
수주잔고 주는데 주택부문 인력감축
해외수주·하이테크 강화 인사 단행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삼성물산이 재건축 시장에 약 4년 만에 등장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본격적으로 재건축 시장에 다시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반면 ‘주택사업 철수설’을 불식시키려는 전략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측은 재건축 수주 시장이 과거에 비해 깨끗해졌다는 판단에 다시 뛰어들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4년 만에 재건축 시장 등장한 삼성물산…“본 입찰 참여는 미지수”

21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 주택사업 수주잔고는 2015년 13조29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에는 8조3153억원으로 줄었다.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 등이 10조~20조 원대의 주택사업 수주잔고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수주잔고가 줄어든 이유는 그동안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서초 무지개 아파트 수주전 이후 시공 국내 정비사업장에서 종적을 감췄다. 수주잔고가 줄어드는 가운데에서도 수주전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철수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삼성물산은 최근 알짜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에 시공 입찰의향서를 제출했다. 4년 만에 재건축 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실제 본 입찰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재용 부회장, 주택사업 부정적 인식 여전”…반포3주구 참여는 기존 수주 물량 의식?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복귀에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는 이유는 그룹 안팎에서 오너일가가 주택사업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얘기가 종종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은 주택사업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삼성물산 주택사업의 영업이익은 매년 2000억원 전후를 맴돌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10조8000억원)의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주택사업은 수주과정에서 각종 편법·불법 논란에 휩싸일 뿐만 아니라 민원도 많아 그룹 입장에서는 ‘실적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사업’인 셈이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 대형건설사의 고위 관계자는 “삼성물산 주택사업 부문 매출은 그룹 전체로 봤을 때 한 자릿수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주경쟁이나 공사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삼성이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고 지은 후에도 말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이 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말했다.

그럼에도 삼성물산이 반포3주구 사업에 모습을 드러낸 배경에는 ‘주택사업 철수설’을 불식시키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에 ‘래미안’이라는 브랜드가 사라진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기존 수주 물량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시공권을 확보한 조합원들 뿐만 아니라 26만 가구에 달하는 래미안 소유주들의 반발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아파트 가치하락을 우려한 소유주들이 소송전을 불사할 경우 소송금액은 수조원까지 달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수주감소 속 주택부문 인력 감축…해외수주·하이테크 사업은 강화

주택부문 규모 감소도 주택사업 철수설에 무게가 쏠리는 부분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7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정규직(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이 5058명이었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4678명으로 380명이 줄었다. 1년간 정규직 인원 감소율은 7.51%로 대형건설사 5개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중 주택부분 직원은 2011년 1042명에서 현재 800명 아래로 떨어졌다. 2014년까지 4개 본부 13개 사업소를 유지하던 주택 영업조직도 1개 그룹 6개 사업소로 줄었다.


그동안 진행한 건설부문 인사에서도 주택사업 보다는 해외수주와 반도체 공장 건설 등 하이테크 건설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지난해 승진한 이병수 부사장은 해외 현장 운영·관리·수주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하이테크 프로젝트를 수행한 최남철 부사장 역시 주택사업 전문가는 아니다.

삼성물산은 해외수주와 하이테크 건설 수주 등에 힘입어 올해 1조 클럽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은 그룹사 하이테크 건설 물량 증가와 국내외 프로젝트 개선으로 삼성물산의 4분기 영업이익이 3300억을 기록해 전년보다 16.8%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4분기 실적치를 반영하면 지난해 삼성물산의 영업익은 1조191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래미안’이라는 브랜드를 기획했던 삼성물산 내 전문가조차 다른 건설사로 자리를 옮길 정도로 삼성물산의 주택사업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상황이다”며 “또한 수주잔고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8000억원 규모의 반포3주구에도 참여하지 않을 경우 ‘주택사업 철수설’이 또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관계자는 ”주택사업 관련 실적이 줄다보니 시장에 여러 추측이 있는 것”이라며 “과거에 비해 재건축 수주 시장이 깨끗해졌다고 판단해 입찰에 다시 참여하려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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