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8일까지 주주제안 못하면 조양호 회장 경영일선 지킬 가능성 여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국민연금공단 본사. / 사진=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조현경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국민연금공단 본사. / 사진=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조현경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것은 실제로 조양호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는 상황이 실제 연출될 수 있을지 여부다. 현재 상황을 보면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주주권 행사 자체를 곧 조양호 회장의 물러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분석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이번 주부터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 및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범위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다. 논의과정을 거쳐 주주권 행사 방향을 정해 이를 기금운용본부에 전달하면, 최종적으로 국민연금이 어떤 식으로 주주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대한 방향이 정해지게 된다.

현재 상황에서의 뜨거운 감자는 조양호 회장의 재선임과 관련한 부분이다. 일각에서 경영간섭, 연금사회주의 등 우려를 제기하는 기저에 있는 것은 따지고 보면 결국 조 회장 선임 문제다.

국민연금이 현재 내릴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이고 파괴력 있는 조치는 조 회장 등 물의를 빚은 이사들에 대해 해임안을 내는 주주제안이다. 국민연금이 뜨거워진 여론 등을 감안해 초강수를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실제로 이 같은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또 주주제안을 하려면 다음달 8일까진 마무리 지어야 되는데 남은 절차나 일정 등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주주제안을 못하면 결국 표대결로 귀결된다. 국민연금이 주주제안 등 적극적인 주주권행사 방안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면 오는 3월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회장 재선임 안건을 놓고 국민연금과 대한항공이 맞붙는 것이 본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 일단 국민연금은 조회장 연임에는 반대표를 행사를 행사할 예정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전언이다. 조회장이 재선임 받으려면 주총에서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지분 보유율은 약 11.7%다. 이에 맞서는 한진칼과 조양호 회장 일가의 지분은 약 33.35%다. 국민연금이 표 대결에서 승리하려면 기관 및 외국인투자자, 소액주주들의 표를 끌어 모아야 한다.

물론 현 상황을 보면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한 금융당국 인사는 “외국인투자자들은 단순히 오너의 도덕성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너의 도덕 및 법적 논란이 회사경영에 영향을 미칠 정도인지가 핵심이 되는 판단기준”이라며 “조 회장을 둘러싼 논란들을 감안하면 외국인투자자도 국민연금과 의견을 같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허나 이도 역시 ‘가능성’일 뿐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과거 몇몇 한진 일가의 재선임과 관련해 몇 차례 반대 반대의견을 낸 적이 있지만 결과는 오너일가의 승리였다. 결국 국민연금의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가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는 것 정도로 정리된다면, 조 회장은 경영일선을 여전히 지킬 수도 있다. 한 업계 인사는 “대한항공에는 한진칼의 KCGI와 같이 국민연금과 함께 힘을 합할만한 확실한 주주는 없다”며 “표대결은 결과를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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