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방미’ 맞춰 남·북·미, 스웨덴서 22일까지 3박4일간 합숙 담판
2차 북미회담 ‘베트남’유력···전문가들 “회담서 스몰딜 수준 합의 가능성”

북미가 19일(현지시간)부터 스웨덴 스톡홀름 근교 휴양시설인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에서 철통보안 속에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북미가 19일(현지시간)부터 스웨덴 스톡홀름 근교 휴양시설인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에서 철통보안 속에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 말’로 가시화되면서 의제 조율을 위한 남·북·미 간 실무협상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되고 있다. 북·미는 미국 워싱턴 고위급회담에 이어 비핵화 로드맵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핵 협상에 이례적으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합류하면서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에 관심이 모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실무협상에 앞서 미국 워싱턴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난 후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국을 선정했으나 추후 발표하겠다. 북한의 비핵화에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에서 “우리는 어제 북한(김 부위원장)과 매우 좋은 만남을 가졌다. 그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만남이었다. 거의 두 시간 진행됐다”며 “우리는 아마도 2월 말 언젠가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 말에 진행될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개최국과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해외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베트남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을 고대하고 있고, 나도 마찬가지다.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지만 우리는 비핵화에 관한 많은 진전을 이뤘다. 우리는 많은 것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며 “북한과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는 북·미 간 ‘비핵화와 그에 따른 보상’에 대한 조율이 진전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고 있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실무협상에 이목이 쏠린다북미 실무협상팀은 오는 22일까지 3박4일 간 합숙하며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가 워싱턴에서 김영철·폼페이오 라인을 가동하고도 이례적으로 조심스러운 대응을 하는 데는 스웨덴 실무접촉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 고위급회담에서 공을 넘겨 받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북미 간 이견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이 이틀째 열리고 있는 스톡홀름 외곽의 휴양시설 정문 앞에 스웨덴 경찰이 취재진의 출입을 막고 있다. 남북미 협상대표들은 오는 22일까지 합숙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 사진=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이 이틀째 열리고 있는 스톡홀름 외곽의 휴양시설 정문 앞에 스웨덴 경찰이 취재진의 출입을 막고 있다. 남북미 협상대표들은 오는 22일까지 합숙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 사진=연합뉴스

◇ “北 핵리스트 제출은 빅딜, 美 제재 완화면 스몰딜”

남·북·미 3국 실무진이 2월 말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어떤 내용을 채워 넣을지가 관심사다. 핵심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이에 대한 상응조치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최종 목표로 두고 핵·미사일 동결(가동 중단)부터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미 실무협상 대표들은 19일(현지시간) 오후부터 스톡홀름 북서쪽 50㎞ 지점에 위치한 외딴 휴양시설 ‘하스홀름순트 콘퍼런스’에서 숙식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각 측의 입장을 설명하고 조율하는 이른바 ‘합숙 담판’에 들어갔다.

특히 북·미 양국이 각각 비핵화 이행과 상응조치를 놓고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만큼 치열한 기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미는 지난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와 대북제재 해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왔다. 북한은 최근 또 대북제재 해제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미국의 수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전문가들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포괄적 합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은 제재 완화 및 해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빅딜(big deal)’ 보다는 ‘스몰딜(small deal)’ 수준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앞서 신년 기자회견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선(先) 신뢰구축, 후(後) 핵신고’의 비핵화 로드맵을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북한이 취하고, 미국도 상응조치를 해나가면서 양국의 신뢰가 쌓이게 되면 그때 전반적인 핵리스트를 신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우선 자신에게 최대 위협이 되는 ICBM 폐기를 제시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동의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독자제재나 유엔 대북제재 완화보다 남북 정부가 모두 원하고 있는 남북경협에 제재 적용을 면제하는 식으로 우회한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주장한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포괄적인 제재 면제를 미국이 약속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가운데 이도훈 본부장이 이번 실무협상에서 내놓을 중재안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한·미 외교부 장관은 21일 전화통화를 통해 김 부위원장의 방미 결과를 공유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 장관은 김 부위원장의 방미가 성공적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도록 하자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아직 남·북·미 3자 회담에서 오간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북미 고위급회담, 실무협상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센터장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를 통한 고위급회담에서는 북미 간 상호 요구하는 것을 조율했을 것이고, 후속 실무협상에서 (고위급회담 결과 등을 놓고) 구체적인 합의를 이룰 것”이라며 “고위급회담에서 전반적인 의견 조율을 한 후 2차 정상회담에서 성과에 대한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비핵화 부분이 지금보다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관전 포인트는 ‘빅딜’ 또는 ‘스몰딜’이다. 미국이 대북제재 가운데 일부를 완화해주는 스몰딜인지, 북한이 비핵화 리스트를 내놓는 빅딜인지가 이번 회담의 포인트”라면서 “가능성이 높은 것은 스몰딜에서 일부 핵시설을 폐기하거나 검증받는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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