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후배 법관···사법농단 강제수사 물꼬 터준 명재권 부장판사
재청구 박병대 전 대법관은 ‘방탄법원 논란’ 허경호 부장판사 심리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권 시절 재판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3일 밤 결정된다. 양 전 대법원장의 운명은 검찰 출신이자 사법연수원 25년 후배 법관에게 달렸다.

서울중앙지법은 23일 오전 10시30분 명재권(52·27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고 21일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영장에 적시한 범죄사실이 40여개에 달하고 당사자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만큼 심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명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 ▲구속사유의 존재 여부(도주 또는 도망, 주거부정, 증거인멸 염려 등) ▲구속의 비례성 등을 종합 검토해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이르면 이날 밤 심리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다만 앞서 같은 혐의로 영장심사를 받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경우 발부 여부 결정까지 16시간,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경우 14시간이 걸린 만큼 심리 결과 발표가 자정을 넘길 가능성도 상당하다.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 / 사진=연합뉴스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 / 사진=연합뉴스

역사적인 사건을 심리하는 명 부장판사는 1997년 검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뗐다가 12년 뒤 판사로 전직한 독특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1998년 수원지검에서 근무를 시작해 서울동부지검·청주지검에서 검사를 지내다가 2009년 판사로 임용됐다. 수원지법·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판사를 지냈고, 창원지법·성남지원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에 합류했다.

명 부장판사는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관련 영장이 법원에서 줄줄이 기각되던 지난해 9월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법원행정처장이었던 박병대 전 대법관의 사무실·고영한 전 대법관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적이 있다. 명 부장판사의 판단으로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수사 착수 100여일 만에 이뤄진 강제수사였다.

한편 지난해 12월 구속영장 기각 이후 검찰이 재청구를 결정한 박병대(62·12기)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같은 날 허경호(44·27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게 됐다.

허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대법원 문건 유출 혐의와 관련,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검찰이 처음으로 청구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허 부장판사는 당시 이례적으로 A4용지 2장 분량의 기각 사유를 내놓아 ‘방탄 법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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