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의무 고용률 기준에 못 미쳐···부당처우 상담 사례 31%로 가장 높아
최저시급 못 받고 일해···고용부 “장애인 근로자 생활 보장할 적정임금 검토 예정”

정부가 장애인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질적 측면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정부가 장애인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질적 측면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장애인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일반 기업 입사에 어려움 느끼고 있는 가운데, 기업 입사 후에도 단순 업무에 배정되는 등 부당 대우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고용 안정을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질적 측면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인 알리오(ALIO)에 따르면, 전국 338개 공공기관의 2018년 신규 채용인원은 2만1589명이었다. 이 중 장애인 근로자는 327명으로, 전체 채용인원 중 1.52%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채용률(1.66%)보다도 낮은 수치다.

정부는 취약계층인 장애인들의 취업 기회를 늘려주기 위해 지난 1991년부터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의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은 일정 비율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장애인 고용률은 2014년 2,91%, 2015년 2.93%, 2016년 2.96%, 2017년 3.02% 등 의무 고용률 보다도 낮았다.

직장에서의 장애인 근로자들의 고충도 늘고 있다. 일반 기업에 입사하기도 어렵고, 입사 후에도 최저시급을 받지 못한 채 단순 업무에만 배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박아무개씨(42)는 “장애인 근로자들은 일반 기업에 어렵게 입사해도 단순 업무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장애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최저임금조차 못 받고 있다. 장애 증상에 따라 차등 적용을 하는 그런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가 지난해 장애인 노동 상담 사례 424건을 분석한 결과 부당처우와 관련된 상담은 31.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임금체불 18.0%, 부당해고 15.8%, 실업급여 15.3%, 퇴직금 10.7%, 산재 3.9%, 기타 5.1% 등 순이었다.

지체 장애인 김아무개씨(33)는 “걷는 데 다리가 조금 불편할 뿐, 장애가 심한 편이 아니라 일반 회사에 취업했는데 차별을 받았다”며 “이동하는 데 오래 걸린다고 눈치를 주기도 했다. 장애인 센터 등에 상담도 받아봤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전국 장애인 보호 작업장 548군데 중 시급 1000원이 안 되는 곳은 30곳이었다. 지난해 장애인 노동자들은 2018년 최저임금인 시간당 7530원의 1/15도 안 되는 500원 수준을 받으며 일했던 것이다.

이은자 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는 “특히 발달장애인들은 일반 회사에 고용되기 어려워 보호 작업장에서 단순 업무, 예를 들면 쇼핑백을 접거나 스티커 붙이는 정도의 일을 하고 있다”며 “대부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한다. 시급은 최저시급이 아닌 능력별로 6만원에서 20만원 등 각기 다르게 지급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법적으로 모든 임금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제가 장애인들에게만 예외로 작용되는 데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르면 ‘장애가 업무수행에 직접적으로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한해 최저임금을 적용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4월 장애인 고용의 질적 성장을 위해 ‘2018~2022년 제5차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사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장애인 노동자의 고충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는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를 두는 것을 명시했으나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는 “정부가 마련한 계획에 명시된 센터 설립을 두고 기획재정부가 아직 대책 발표를 하고 있지 않다”며 “장애인 근로자의 처우와 고용 상황을 정부가 적극 적으로 나서 실태 조사를 하고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관계자는 “장애인 근로자들의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이들의 생활을 보장할 적정임금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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