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KB증권 HTS·MTS 관심종목 조회 오류
증권업계 주식 거래 시스템 장애 문제 끊이지 않아
"디지털 혁신 이전 서버·네트워크·보안 등 기본부터 다져야"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장시작 직후 KB증권의 HTS인 ‘H-able’과 MTS인 ‘M-able’에서 ‘관심종목’이 조회되지 않는 전산장애가 발생했다가 복구됐다. 사진은 KB증권의 공지문. / 사진=KB증권 홈페이지 캡처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장시작 직후 KB증권의 HTS인 ‘H-able’과 MTS인 ‘M-able’에서 ‘관심종목’이 조회되지 않는 전산장애가 발생했다가 복구됐다. 사진은 KB증권의 공지문. / 사진=KB증권 홈페이지 캡처

국내 증권사들이 디지털 혁신으로 경쟁력 높이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주식 거래 시스템 관련 장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대신증권·키움증권 등에서 거래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데 이어 올 들어서도 KB증권에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일부 서비스가 말썽을 피웠다. 증권사 최고 경영자들이 한목소리로 디지털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그 이전에 주식거래시스템과 같은 기본부터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새해에도 HTS·MTS 삐그덕···끊이지 않는 거래 시스템 장애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장시작 직후 KB증권의 HTS인 ‘H-able’과 MTS인 ‘M-able’에서 ‘관심종목’이 조회되지 않는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관심종목의 현재가뿐만 아니라 관심종목의 목록도 표출되지 않았다. HTS는 곧바로 정상화됐지만 MTS는 30분 가량 해당 문제가 반복됐다.

이로 인해 KB증권의 MTS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큰 불편을 겪게 됐다. 한 KB증권 MTS 이용자는 “장 시작 이후 30분은 가장 중요한 시간인데 그동안 사려고 했던 종목을 사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며 “고객센터 전화도 잘 되지 않아 민원도 넣었다”고 밝혔다. 통상 투자자들은 관심종목에 살 주식 목록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주식을 거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낀 것이다. 실제 이날 오전 9시 30분~10시 사이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KB증권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이같은 주식거래 시스템 오류는 증권업계에서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래에셋대우가 합병 2년여만에 내놓은 차세대 전산 시스템이 적용 첫날부터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미래에셋대우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인 ‘카이로스’가 업데이트 이후 실행이 되지 않거나 거래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첫거래일에도 MTS 오류로 고객들에 수수료 보상을 한 바 있다. 그해 6월에는 MTS와 HTS가 먹통이 돼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가 경질되기도 했다.

키움증권과 대신증권에서도 지난해 주식거래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바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2월 초 HTS와 MTS에서 주식 매수 및 매도가 다소 지연되는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주식 매매를 하려는 투자자가 일시에 몰린 탓이었다. 대신증권 MTS에서도 지난해 10월 말 장 시작 직후 1시간 가량 접속이 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났다. NH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초 MTS 전산장애로 문제가 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데이터베이스 오류로 약 30분간 주식워런트증권 유동성 공급자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 “디지털 혁신 외치는 증권사들, 기본부터 챙겨야”

올해에도 어김없이 주식거래 시스템 장애 사례가 나오면서 증권사들이 기본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최근들어 디지털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서버·네트워크·보안 안정과 같은 기본이다”며 “특히 1분 1초가 중요한 주식 매매에서 거래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유무형적인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증권사들은 ‘디지털 혁신’을 올해 화두로 꼽고있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혁신을 올해 중점 추진 방안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KB증권은 최근 투자정보 챗봇(chatbot·채팅로봇)인 ‘리봇’을 출시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사장도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을 4개의 큰 축 중 하나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디지털 금융 경쟁력이 올해 주요 과제라 밝혔고,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역시 디지털을 활용한 혁신 성장을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거래 시스템 안정을 위해 서버를 교체하거나 스토리지 이중화 구축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다. 다만 앞으로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도입에 따라 시스템 고도화가 예상되는 만큼, 과거보다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디지털 역량이 화두가 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부분의 투자도 지금보다 더 과감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