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아파트 많은 개포동 평당 가격, 높을 수밖에 없어
전문가들 “평수·입지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재건축 이후 재평가 될 것”

강남구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의 전경/사진=천경환 기자
강남구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의 전경/사진=천경환 기자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의 평균가격이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개포동은 5층 이하의 소형아파트가 많아 평당 평균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다. 이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개포동의 평당 가격은 재건축 이후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새로운 부촌이라고 말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6일에 발표된 KB부동산의 ‘1월 단위면적당 아파트 평균가격’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동네는 개포동으로 평당 8000여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KB부동산의 자료를 살펴보면 강남구의 평(3.3㎡)당 평균가격은 5329만5000원으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높았고 개포동은 평당 평균 8438만1000원을 기록했다. 이어 서초구 반포동(6603만3000원), 압구정동(6204만원), 서초구 잠원동(5775만원), 강남구 대치동(5313만원), 강남구 삼성동(491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개포동이 압구정동과 반포동을 뛰어 넘는 대한민국 부촌 1번지로 등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개포동은 소형 저층아파트(5층)가 많아 중대형 단지 위주인 반포나 압구정보다 평당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개포주공1단지와 같은 5층 이하의 소형아파트가 개포동 평균 평당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아파트 가격은 단순 시세뿐 아니라 재건축 가능성, 입지, 평수 등을 고려해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KB부동산이 집계한 단위면적당 아파트 평균가격은 아파트 평수와 상관없이 아파트 단지의 시세를 조사한 뒤 평균가격을 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개포동에는 재건축을 앞둔 저층 단지들도 많았다.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에 등록된 매물정보를 살펴보면 최고층수 5층인 개포주공1단지(41㎡), 개포주공4단지(공급면적 42㎡) 등의 매매가가 14억원에서 17억원까지 호가가 형성돼 있었다.

반면 압구정동은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구성됐다.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온 대부분의 매물은 10층 이상의 단지였다. 개포지구의 첫 재건축 단지인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공급면적 113㎡)의 평당 가격은 5000만~6000만원 수준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포동의 아파트 값은 재건축 후 그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현재 압구정이나 다른 강남지역의 재건축 사업이 정부의 규제로 사실상 멈춰있다”며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은 여전하기 때문에 신축 아파트가 대거 공급되는 개포지구가 부동산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는 오는 2021년까지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아너힐즈 1320가구(19년 8월) ▲개포시영 재건축 개포 래미안포레스트 2296가구(20년 9월)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 1996가구(21년 7월) 등이 순차적으로 입주한다. 여기에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하는 개포그랑자이 3000여세대와 6000가구 이상의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개포주공1단지가 들어서면 개포동은 1만여명 이상이 거주하는 미니 신도시 급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다만 전통적인 부촌이라고 알려진 반포와 압구정만이 가지고 있는 이점도 무시할 수 없어 향후 서울 주택시장의 추이가 주목된다. 권 팀장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개포동이 상승세를 유지할 수는 있으나 한강변 일대 재건축이 계속 이뤄질 예정인 만큼 향후 집값 향방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