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첫 단추가 중요하다
  • 송준영 기자(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19.01.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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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에 향후 스튜어드십코드 대한 신뢰 달려 있어
대주주 격인 국민 잊지 말고 원칙에 입각한 논리 펼쳐야

국민연금이 그동안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다. 지난해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수탁자책임 원칙)를 실전에 쓸 채비를 마쳤다. 지난 16일 국민연금은 ‘2019년 제1차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논의키로 의결했다. 공식적으로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의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말한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 투자자는 단순히 주식 보유에 그치지 않고 보유 주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주주들의 가치를 대변하지 않고 상장사들의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이런 차원에서 진행됐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순탄치 않았다. 수많은 논쟁과 논란 속에서 진행됐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지나친 경영 간섭이 나올 것을 우려했다. 그 반대편에선 국민연금이 국민들의 노후 자금 증식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한적인 경영 참여를 전제로 한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됐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스튜어드십코드 자체뿐만 아니라 각 상장사들의 개별 사안에 적용할 때도 논쟁이 벌어질 여지가 많다. 그래서 이번 첫 사례를 어떻게 다룰 지가 중요하다. 이는 향후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에 있어 기준점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가 293곳에 이른다. 이중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장사도 90개에 달한다.

또 이번 결과에 따라 향후 국내 자본시장의 주주권 강화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시장 예상 수준 이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면 다른 기관들의 주주권 행사는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시장 예상보다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주주권 강화 흐름은 약화할 수 있다.

실제 JP모건에 따르면 2010년 아시아 증시에서 나타난 주주행동주의는 10차례에 불과했다. 2017년에는 106건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32%가 일본에서 발생했다. 한국은 6% 수준이었다. 더불어 GPIF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전후를 봤을 때 상장사들의 배당성향은 2014년 초 26% 수준에서 2016년 말 30%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자사주 매입 일본 기업 수도 540개사에서 지난해 753개사로 증가했다. 이는 일본국민연금(GPIF)이 2015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이후 일본 운용사들이 주주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최종 결정 시점이 곧 다가온다. 국민연금은 사실상 대주주인 국민을 잊지 말고 원칙에 입각한 논리를 갖출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주주가치를 높이는데 실패할 뿐만 아니라 결국 향후 스튜어드십코드를 실행하는데 신뢰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한진칼과 대한항공 사례에서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 이유다.  

 

송준영 기자
금융투자부
송준영 기자
song@sisajournal-e.com
시사저널e에서 증권 담당하는 송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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