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입 소형차 시장 전년比 13% 감소
대표 소형차 브랜드 MINI 10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
BMW 1시리즈, 벤츠 A클래스 세단 상품 출시되면 반등 가능성도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차는 설 자리가 없다. 직장생활을 갓 시작해 모은 돈이 없는 사회 초년생들도 최소 준중형 세단부터 올라탄다. 최근에는 그 기준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높아졌다. 뒤늦게 취업에 성공한 권아무개씨(30)는 “소형차를 사느니 차라리 중고 SUV를 사겠다”고 한다. 차(車)가 곧 차주의 신분과 재력으로 통하는 국내 문화가 소형차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다. 국내 소형차 대표 격인 현대자동차 엑센트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 감소했고, 기아차 프라이드는 아예 국내 단종됐다.

소형차 기피 현상은 수입차시장이라고 다를 바 없다. 수입차시장이 해를 거듭해 고공성장하는 와중에서도 소형차 판매는 내리막을 달린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는 모두 26만대가 넘게 팔렸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 비중도 16.7%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그러나 소형차 실적 그래프는 자꾸 고개를 아래로 떨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소형차 시장은 전년 대비 약 13% 뒷걸음질 쳤다. 주요 수입 소형차종으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와 BMW 1시리즈의 부진이 대표적이다. BMW 1시리즈는 지난해 총 1700여대가 팔려 전년 동기(약 3600대) 대비 판매량이 52% 쑥 빠졌다. 벤츠 A클래스도 전년 대비 30% 가까운 판매 감소를 보이며 1160여대 팔리는 데 그쳤다. 다만 벤츠 A클래스의 경우, 신형 출시를 앞두고 물량을 모두 털어낸 데 따른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중에서도 BMW의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의 성장정체는 눈여겨볼 만하다. 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에 따르면 BMW 미니는 지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2007년 900여대 불과했던 판매 실적은 2017년 9500대로 10년 만에 10배나 실적이 뛰었다.

그러나 지난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판매량이 감소했다. 감소폭은 3.9%에 그쳤지만 10년 만의 첫 후진이었다. 귀여운 외모와 뛰어난 동력성능을 앞세워 꾸준히 성장하다 처음으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최근 현대차 중형 SUV 싼타페를 구매한 노아무개씨(33)는 “예전에는 작더라도 수입차가 폼난다고 생각했지만, 결혼하고 오래 탈 차를 찾다보니 국산이라도 큰 차가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의 수입 소형차량이 해치백 모델인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시장은 ‘해치백 무덤’이라 불릴 만큼 국내 소비자들은 엉덩이가 툭 튀어나온 해치백 특유의 디자인에 거부감을 나타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폴크스바겐의 골프와 BMW 미니처럼 고유의 마니아층을 확보한 경우는 예외로 놓고 본다면, 일반 해치백 모델은 앞으로도 국내서 성공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수입 소형차 시장도 반등 가능성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벤츠와 BMW가 소형 해치백뿐 아니라, 소형 세단 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벤츠는 올 1분기에 국내에 ‘더 뉴 A클래스’ 세단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며, BMW 역시 “올 하반기 1시리즈 세단 상품을 함께 들여오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대세는 SUV지만 세단 상품이 출시되면 해치백보다는 판매량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