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위서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 여부 검토키로···‘대장 주주’ 역할하며 전횡한 오너 재신임 여부 결정할 칼자루 쥘 듯

지난해 9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9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오너일가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에 대해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검토함에 따라 해당 여파가 대기업 전반으로 번져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재계에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고, 특히 사회적 물의를 빚은 오너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의가 이뤄지던 초창기만 해도 국민연금이 제대로 오너일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지에 대해선 의심하는 분석이 더 많았다. 국민연금에게 막상 권한이 주어져도 제대로 행사를 할 것이란 기대는 적었기 때문이다. 한 금융당국 인사는 “국민연금은 그동안 자신에게 원래 주어졌던 만큼의 주주권도 행사하지 않았다”며 국민연금이 재벌견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대한항공 및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반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오는 3월 열릴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 사내이사 연임 여부 등과 관련해 적극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선 국민연금의 이번 행보를 향후 오너일가의 전횡에 대해 경영개입을 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실적 등과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오너에 대해선 철퇴를 내리겠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파괴력을 갖는 이유는 보통 주요 결정을 할 때 연기금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에 밝은 한 사정기관 인사는 “대기업으로선 대장역할을 하는 연기금의 마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당 연기금의 결정을 주주들이 따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조양호 회장과 같이 임기가 끝난 오너의 경우 주주권 행사의 주 타깃이 될 수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임기가 끝나기 전 오너 신임 문제와 같은 특수한 경우는 주총서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임기를 마친 오너 신임 문제는 과반수만 넘으면 된다”며 “이번 한진일가의 경우도 우호지분이 약 3분의 1 수준이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는 다대부분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외 삼성전자(10.05%), 신세계(13.62%), 효성(10.03%) 등 대기업을 비롯해 300개에 가까운 기업의 지분을 5%이상씩 갖고 있다. 이 같은 기업들의 오너가 검찰수사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을 경우 주총에서 재신임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편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및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을 행사할지 여부는 다음달 초까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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