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본격화
기관들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늘어날 전망
한투밸류·KB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전략 표방한 사모펀드 검토

자본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수탁자책임 원칙) 이행을 본격화한 가운데 자산운용업계에도 거대한 변화에 발맞추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투자한 상장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배당이나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등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인 사례가 여럿 나오고 있다. 더불어 행동주의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펀드들의 출시도 예고되고 있다. 주주권 행사에 대한 과거 부정적인 인식이 최근들어 변하고 있어 이같은 현상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기관 투자자들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움직임이 과거보다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기관만 보더라도 지난해 말 72곳에서 올해 30곳이 추가될 예정인 까닭이다. 특히 최근 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을 본격화하면서 이에 뒤따르는 주주권 행사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올해 초부터 이러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사례가 나오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2일  9.76% 지분을 소유한 광주신세계에 ‘광주신세계 지배구조 개편의 선결과제’라는 제목의 주주서한을 송부했다. 이 서한에서 KB자산운용은 광주신세계에 지배구조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이해상충을 피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통한 비상장사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더불어 배당 성향 증가도 요청했다. 이같은 KB자산운용의 주주권 행사는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KB자산운용은 2017년 12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지난해 한진칼 지분 매입으로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의 경우 이달 초 한진칼 주력 계열사인 한진 지분 매입 공시를 내놓기도 했다. 이 역시 앞서 한진칼에서와 비슷하게 주주권 행사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이들의 목적으로 분석된다.

이같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행동주의 전략을 앞세운 펀드들의 출시가 예고되고 있는 까닭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 사모 행동주의 펀드 출시를 검토 중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지난해 행동주의 공모펀드인 ‘한국밸류 10년투자 주주행복 펀드’를 낸 바 있지만 집중투자할 수 없는 공모펀드의 한계 탓에 사모펀드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KB자산운용과 라임자산운용 역시 행동주의 전략을 토대로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를 상대로 주주권을 행사에 나섰던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은 올해 행동주의 전략을 쓰는 헤지펀드 라인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과거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해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부정적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는 장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에 기반을 두고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주주 가치를 지키자’는 거대한 변화 속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운용사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수탁자책임 원칙) 이행을 본격화한 가운데 자산운용업계에도 거대한 변화에 발맞추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 사진=셔터스톡.
자본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수탁자책임 원칙) 이행을 본격화한 가운데 자산운용업계에도 거대한 변화에 발맞추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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