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현실화로 인한 임대료 상승 가능성 없다는 명동 상인들
전문가들 “임차인과 현실적인 타협점 찾을 것으로 보여”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모습./사진=천경환 기자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모습./사진=천경환 기자

공시가격 현실화를 앞두고 명동의 상권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건물주가 세부담을 덜기 위해 임대료를 올릴 것으로 전망됐지만 현장 상인들은 경기 침체로 임대료는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 또한 건물주들이 공시지가 상승률을 그대로 임대료에 반영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에 따라 명동지역의 공시지가가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25개구 가운데 중구의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22% 상승할 것으로 예측돼 강남구(23.9%)에 이어 두번째로 상승률이 높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으로 알려진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의 공시지가는 올해 9130만원에서 내년 1억8300만원으로 2배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로 침체의 길을 걷고 있는 서울시내 주요 상권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건물주(임대인)가 세금 증가 핑계로 임대료를 더 올리면 세입자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논리다.

아울러 명동 같은 곳은 임대차보호법 적용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측됐다. 임대차보호법 적용범위에 있는 임차인들은 임대료 인상률 상한 제한(연간 최대 5%) 등의 보호를 받지만 환산보증금이 9억원 이상인 명동은 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산보증금이란 보증금에 월세(월세×100)를 더한 금액으로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부유한 임차인'으로 분류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최근 정부가 서울 지역 환산보증금 기준액을 6억원1000만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다만 평균 임대료가 2000만원(보증금 3억원)인 명동의 환산보증금은 23억원으로 계산돼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임대인이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동에서 55년 동안 장사를 했다는 김아무개씨는 “장사도 안되는데 임대료를 올리겠느냐”며 “권리금도 포기하고 있는 마당에 공시지가 상승으로 월세를 올리면 상인들은 못 버티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중대형 및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0.6%, 5.6%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8%p, 1.5%p 상승했다. 명동 상가 공실률은 6.4%로 지난해에 비해 2.5%p 상승했다.

또 다른 상인 A씨는 “불경기로 인해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명동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고 상권이 활성화되면 건물주가 공시지가 상승률을 반영해서 임대료를 종합적으로 올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당장 공시지가 상승만으로 예정에 없던 임대료를 올리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전문가들 또한 당분간 임대료 상승은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명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상가 부동산 상황이 안좋아진다는 것은 건물주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공시지가 상승만으로 임대료를 올릴 것 같지는 않다”며 “임대료 상승이 오히려 극심한 상권 잠식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건물주 입장에서는 공시지가 인상분을 임대료에 반영하고 싶겠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물가상승만큼만 임대료를 인상하는 등 임차인과 현실적인 타협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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