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출계약 통한 사기대출 범죄 여전히 수사 ‘사각지대’
관세청 수사 범위 확대 시 가시적 효과 커···형법 개정 위해 관계당국 협조 절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가짜 수출이력을 통한 사기대출, 횡령 등을 막기 위해 관세청의 수사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세관공무원의 수사범위가 밀수와 관세포탈, 외국환거래 범죄 등 사후 수사에 몰려 있다 보니 수출입거래 초기에 수사대응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관세행정태스크포스(TF)는 무역거래를 악용한 재산 국외도피·자금세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수출입 관련 ‘사기·횡령·배임범죄’에도 관세청에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제안했다. 수사권이 확보될 경우 관세청은 수출입 거래의 가격조작, 사기, 횡령 등 범죄의 종합적인 조사가 가능하게 돼 수출입거래로 발생할 수 있는 추가피해를 막을 수 있다.

지난 2014년 드러난 모뉴엘의 사기대출 사건은 관세청의 수사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당시 모뉴엘은 2009년부터 2014년지 총 3330차례에 걸쳐 홈시어터피시(HTPC) 반제품 120만대를 대당 250만원 정도에 수출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시중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5년동안 3조2000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았다.

당시 모뉴엘의 박홍석 대표는 사기대출을 받은 돈의 일부를 해외 부동산 구입, 도박, 투자, 개인채무변제 등에 썼다. 일각에서는 세관공무원이 모뉴엘의 수출거래를 제대로만 들여다봤어도 사기대출액이 수 조원까지 달하진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출계약을 증명하는 ‘보험증권’ 한 장으로 전대미문의 사기사건이 발생하자, 관세청에도 수출입관련 사기범죄에 수사권을 줘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도 모뉴엘 같은 수출입 사기범죄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취재 중에 만난 한 무역업체 관계자는 “모뉴엘처럼 가짜 수출계약서류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세관에서 수출계약을 일일이 점검하지 않으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의 수사권확대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가격조작 범죄에도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세청의 인력 한계 등으로 인해 해외 페이퍼컴퍼니가 거의 무방비로 상태에 있는 것을 볼 때 관세청의 수사권 부여는 해외은직 재산을 환수하는데 일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크지만 추진에는 어려움이 있다. 수사권 확대를 위해선 일단 형법을 개정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검찰과 경찰 그리고 국세청까지 머리를 맞대야하기 때문이다. 관세업계 관계자는 “시행 자체만으로 그 효과가 크다. 빠른 시행을 위해선 관계당국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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