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2대 주주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검토키로
3월 열리는 대한항공 주총서 총수일가 재선임 반대 의결 여부 관건

9일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사진)이 약사 면허를 대여해 약국을 운영했다는 이른바 ‘사무장 약국’ 의혹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 사진=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물컵 갑질로 촉발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위기가 올해도 지속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가 검찰 기소된 현 상황에서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고 나섰다. 또 조 회장은 지난 15일 청와대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도 초청받지 못해 대‧내외적 위기가 겹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16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첫 회의를 열고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공식 검토키로 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갑질 행위 등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데 따른 결정이다. 아직 임원 선임과 해임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는 앞으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거란 관측이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오너 논란과는 관계없는 실적 그래프를 그려왔다. 항공운송산업 특성 상 소비자들이 미리 티켓을 예매하는 경우가 많고, 대한항공이 독점 노선을 다수 보유한 탓에 대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에는 오너리스크가 없다”는 우스개소리도 나왔다. 증권가에서도 대한항공의 갑질 논란과 실적을 구분지어 평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갑질 논란에 따른 여파가 점차 심화하는 모양새다. 이미지 개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되레 악화하고 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서 대기업 및 중견기업인들 128명과 대화를 나눈 자리에도 조양호 회장은 초청받지 못했다. 청와대도 조 회장 일가가 일으킨 사회적 물의를 의식했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검토는 구체적인 경영권 위협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는데, 이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의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오는 3월 열리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임원 선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도 한진그룹 총수일가를 향한 압박에 나섰다. 16일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참여연대는 함께 토론회를 열고 국민연금의 주주 역할을 촉구했다. 발제를 맡은 김남근 변호사(민변 부회장·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는 “한진그룹 총수일가는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부정대학편입’ 등으로 친절한 서비스가 생명인 회사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이로 인해 대한항공의 주식 가치가 크게 하락했으나, 대한항공과 한진칼 이사회는 관련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회사 가치에 손해를 끼친 조양호 회장 및 감독의무를 해태하여 온 사외이사의 재선임에 대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다면 기금위는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배임 행위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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